[최선생의 교단일기] 초등학생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 것이 좋을까
[최선생의 교단일기] 초등학생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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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중학교 학부모를 상담하면 “초등학생 때는 공부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중학생이 되니 성적이 안 나오네요”라고 말하는 학부모가 많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아이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경우 초등학교 교사가 엄마가 듣기 좋은 말만 했거나, 초등학교 시험 폐지로 아이의 실력을 잘못 아는 경우, 아이보다 엄마가 공부의 주도자가 되어 초등학교를 다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갑자기 늘어난 과목수와 학습량을 감당하기 벅차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초등학생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 것이 좋을까?’는 초등학생 부모의 영원한 숙제다. 초등학교 때는 중·고등학교를 대비해 기초를 다지는 시기여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기초가 부실하게 된다.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 숫자는 아이의 실력과 반비례하고 아이의 불행지수와 정비례한다. 인간의 뇌는 연령대에 따라 용량의 한계가 분명히 있어 초등학생에게 아무리 많이 주입시켜야 자기 실력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경제는 휘청거리고 아이는 상황을 모면할 방법만 찾다 거짓말이 습관이 되어 인성마저 삐뚤어지게 된다.

초등학생 때는 아이가 학습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세 가지만 잘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 그림책부터 시작해 책을 좋아하고 읽는 습관을 갖게 한다. 하다못해 만화책이라도 많이 읽으면 감수성에 도움이 되고 책 읽는 습관이라도 갖게 된다. 읽기가 습관이 안 돼 세 문단 넘어가면 아예 읽고 해석하기를 포기하는 아이가 많다. 둘째, 글을 많이 쓰게 해야 한다. 글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일기 쓰기다. 오늘 일어난 일을 쓰는 방법을 벗어나 오늘 보고, 듣고, 경험했던 사건 중에 주제를 정해 사건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방법으로 글쓰기 습관을 들이면 쉽다. 셋째, 체험학습, 탐구활동을 통해 뇌를 일깨워줘야 한다. 들과 산과 강으로 캠핑을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가족끼리도 좋지만 가능하면 다양한 구성원들과 어울려 가면 더 좋다. 캠핑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타인과 관계를 배우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유적지나 박물관을 들리면 사회, 지리, 역사 공부가 자연스럽게 된다. 읽기, 쓰기, 체험하기의 기초가 얼마나 견고하느냐가 중·고등학교 공부의 성패를 좌우한다.

중학생도 읽기가 안 돼 ‘틀린 그림 찾기’ 수준의 시험문제의 답을 못 찾는 학생이 태반이다. 반복적인 문제풀이로 답을 찾게 하는 학원 공부방식으로 아이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의 기본기가 갖춰지면 이해력이 상승해 학습에 흥미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으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와 교사와 주변인과의 관계를 스스로 정립하며 좋은 인성도 갖게 된다.

부모가 아이 옆에서 같이 책이라도 읽으면 아이의 학습 집중력은 놀랍도록 높아진다. 대신 공부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주고 조력자가 돼야 한다. 느리더라도 기다리며 아이 스스로 원리를 깨우치도록 도와줘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야 공부에 흥미를 느낀다. 초등학교 때 스스로 학습법을 터득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사교육이나 부모의 간섭이 없어도 상위권을 유지한다.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지시킨 학생은 대부분 중위권에서 맴돈다. 자녀가 성장한 학부모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자녀의 사교육에 맹목적으로 쏟아 부은 돈이다.

하루 종일 일하다 집에 온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며 자녀와 대화조차 하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에 습관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도서관을 같이 다니고 집에서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와 같은 성적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공부해!”라고 소리 지른다고 공부를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된다.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학력은 사교육보다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공부도 소질이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세상에서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가도록 길을 인도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좋은 인성을 지니면 행복한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다. 대학은 선택이 되어야지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원 보낼 시간에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더 좋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학교와 학원에 몰아놓고 모두가 똑같이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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