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표 식료품 회사인 Hortex가 생산한 ‘일본 맛’ 음료.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 대표 식료품 회사인 Hortex가 생산한 ‘일본 맛’ 음료.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총장 김인철) 폴란드어과 조중희 학생(4학년)이 욱일기를 포장 디자인에 사용한 폴란드 주스 회사에 항의메일을 보내고, SNS에서 이를 공론화해 제품의 생산 중단을 이끌어냈다고 한국외대가 16일 밝혔다.

바르샤바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쉽 과정을 이수하며 폴란드에 체류 중이던 조중희 학생(한국외대 폴란드어과 4학년)은 지난 8월, 포장 용기의 디자인에 욱일기가 사용된 주스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식료품 회사인 호르텍스(Hortex)가 생산한 이 제품은 올 상반기에 새롭게 출시된 음료로서 ‘브라질 맛’ ‘로스앤젤레스 맛’ ‘마다가스카르 맛’ ‘일본 맛’ 등 네 종류로 구성돼 있다. 이중 논란이 된 것은 ‘일본 맛’ 제품으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의 도안과 함께 욱일기 문양이 포장 디자인에 사용됐다.

이에 조중희 학생은 바르샤바 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재학 중인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호르텍스 본사에 즉시 항의 메일을 보냈다.

조중희 학생은 항의 메일에서 “욱일기 문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전쟁 범죄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국주의의 상징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나치 독일의 하겐크로이츠 문양을 제품에 사용할 경우, 폴란드인들이 느끼게 될 고통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라고 회사 측에 반문했다.

바르샤바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쉽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조중희 학생.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바르샤바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쉽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조중희 학생.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후 조중희 학생은 호르텍스 측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9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어와 폴란드어로 이 사안을 공론화했고 이는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유됐다.

이후 호르텍스 측은 지난 9월 9일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해당 패키지로 제작된 ‘일본 맛’ 음료의 생산을 전격 중단하겠다는 메일을 조중희 학생에게 보내왔다.

폴란드 언론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삿 TV(Polsat TV), 폴란드 국영 라디오(Radio Polskie), 라디오 제트(Radio Zet) 등에서 이미 본 사건을 보도했으며, 현재 조중희 학생에게는 폴란드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조중희 학생은 “이번 사태를 통해, 폴란드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 그리고 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유럽인들의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이 정치적인 논쟁이 아닌, 전쟁으로 존엄을 잃은 모든 피해자에 대한 정의(正義)의 문제로 인식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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