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검찰수사 방해” vs “‘괴물화’ 방지”… ‘피의사실 공표제한’ 엇갈린 시선
[이슈in] “검찰수사 방해” vs “‘괴물화’ 방지”… ‘피의사실 공표제한’ 엇갈린 시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장관의 검사 감찰권한 신설 등

민주당·법무부, 훈령 개정 추진

조국 가족 수사와 맞물려 논란

 

“형사소송법에 규정 有” 주장에

“수사 불가능해 사문화” 의견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수사과정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오는 18일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당정 협의회를 열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방지하는 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 126조에는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하게끔 돼 있다. 이른바 ‘피의사실공표죄’다.

하지만 현재 법무부 훈령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범인의 검거나 중요한 증거 발견을 위한 정보 제공 등 국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경우 등에서는 기소 전이라도 수사 상황을 공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당정은 기존 공보준칙보다 더 세부화하고, 더 엄격한 내용을 담은 새 훈령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금지 ▲소환 일정 공개 금지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수사 대상 공인(公人) 실명 공개 금지 ▲수사내용 유포 검사에게 법무부 장관이 감찰 지시 등이다.

당정은 기소 후에라도 피고인의 죄명과 기소일시, 방식 등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언론에 공개할 내용은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피의자가 공개에 동의하는 의사를 서면 제출한 경우에만 검찰 소환 등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고려하고 있다.

‘공보준칙’으로 불리던 검찰 대 언론 지침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등의 논란으로 인해 진작부터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법무부 훈령 개정을 추진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친인척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가 의심되는 검사를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전날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5촌 조카가 구속되기까지 한 상태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공보준칙 개정 관련) 내용은 논의 중인 초안”이라고 확대 해석을 차단하면서 “법무부는 인권 보호, 무죄 추정의 원칙,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박상기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형사사건 비공개 원칙에 관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제정을 추진해왔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6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미 이 같은 시도를 ‘수사 방해’로 규정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최고위 회의에서 “조국의 부당한 검찰 인사 개입 겁박과 공보준칙 강화를 빙자한 검찰 수사 보도 금지 추진은 명백한 수사외압이며 수사 방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가족이 수사받고 있으니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는 장관”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법무부냐 조국 일가를 위한 법무부냐”고 날을 세웠다.

검찰 출신 중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즈음 옷을 벗은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관에게 감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탄압수단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개정안을 반대했다.

특히 송 전 지검장은 현역 시절 피의사실 공표에 적극 반대하던 인물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송 전 지검장은 “기존 형사소송법 126조에 따라 기소 전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면 된다”며 “일각에선 깜깜이 수사라는 말을 하지만 어차피 법정에서 다 공개된다. 피의사실 공표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이 이미 ‘사문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의 사실 공표죄를 처벌하려면 누군가가 그 유출한 검사를 색출해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검찰 스스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피의사실공표죄라는 건 사문화된 범죄”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59, 사법연수원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2019.6.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59, 사법연수원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2019.6.17

그러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를 통해) 이번에 검찰이 보여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괴물화’된 검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청문회도 하기 전에 압수 수색한 내용들 계속 흘리면서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까지 침해할 정도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언젠가는 시행을 해야 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관 관련 법무법인 이룸의 이동헌 변호사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피의사실공표죄가 있음에도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제대로 안 지켜진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론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면서도 “다만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불만을 터트린 이후 남편인 조 장관이 관련 조항 개정에 나서는 모양새가 되니 개정의 주체나 시기가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피의사실이 공표됐다면 한창 수사 중인 중요 사건일 경우가 많을텐데, 법무부가 해당 검사 등을 감찰할 경우 압력으로 비춰질 여지가 많다”며 장관의 감찰 권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울산지검이 울산지경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수사에 착수하는 등의 예로 볼 때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며 수사하는 방식도 고려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울산지검이 약사면허증을 위조한 남성을 구속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울산지경에 대해 피의사실공표라며 수사에 나섰고, 7월엔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KT부정채용’ 관련 검찰 수사팀을 고발한 사건도 있었다.

피의사실 공표의 대상자가 대부분 특수수사의 대상이 되는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냔 의견에 대해선 “실제 혐의는 기소하면서 확정되는 것이지 수사의 주체도 혐의 유무는 모르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