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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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도임 숨기고 생활 강요 행위
종교활동의 자유 포기하게 하는 것”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체류 도중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외국인이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1% 미만이어서 이번 판결은 주목을 받는다.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이란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 1심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난민은 인종·종교·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난민으로 인정되려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입증돼야 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난민신청자가 본국에서 과거에 박해당한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종교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박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교의 종교의식을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그 자체로 박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A씨가 (박해를 받지 않기 위해) 종전처럼 이슬람교의 종교의식을 그대로 행해 기독교 개종 사실을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내면의 신앙심에 반해 기독교도임을 숨기고 생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종교활동의 자유를 포기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그 자체로 박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에서 이슬람 배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고, 정부 차원에서 교회를 공격하거나 목사들을 구금한다는 유엔난민기구 등의 조사 자료도 고려됐다. 박해를 당했다는 A씨 주장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은 앞서 기독교 개종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두 차례의 2심 재판부 판결과 상반된다. 기독교 개종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1심 판결들은 2심에서 파기돼왔다.

2심 재판부들은 이란에 기독교 신자들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있다고는 인정하면서도 신자들이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하지 않으면 박해를 당하지 않아 괜찮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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