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리움 사무친 ‘실향민’ 임진각 찾아… “당장 다리 건너 부모께 가고 싶지”
[르포] 그리움 사무친 ‘실향민’ 임진각 찾아… “당장 다리 건너 부모께 가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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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인 실향민 고주락 할아버지(92, 오른쪽) 가족이 이북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천지일보 파주=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인 실향민 고주락 할아버지(92, 오른쪽) 가족이 이북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분단 70년… 고령화된 실향민들

북한 땅 보며 부모님께 차례 올려

‘고인 실향민’ 생각에 자녀들 방문

“남북이 통일되는 게 평생의 한”

[천지일보 파주=정다준 기자] “지금이라도 당장 저 다리를 건너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고 싶지.”

추석을 맞이한 13일. 파주시 임진각에는 오전부터 부모님이 그리워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임진각을 찾은 대부분의 실향민은 ‘분단 70년’의 세월을 보여주듯 머리카락은 백발로 변하고, 몸은 쇠약해 혼자서는 거동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생각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을 찾은 실향민들은 임진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이날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 이상진(87, 남) 할아버지는 이같이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이북 강원도 회양군 하북면이 고향인데 6.25 이후 바로 남한 땅에 오게 됐다”며 “북에 계신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어 “이제 귀도 먹고 눈도 멀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할아버지는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하루빨리 통일됐으면 좋겠다”며 “통일되는 게 평생의 한”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인 실향민 고주락 할아버지(92, 왼쪽) 가족이 이북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천지일보 파주=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인 실향민 고주락 할아버지(92, 왼쪽) 가족이 이북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이날 실향민들은 임진각 망배단 옆 북한 땅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향을 바라보며 차례를 올리기도 했다.

아들과 손자가 옆에서 부축을 해야 겨우 절을 하던 실향민 박민수(93, 남) 할아버지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흐느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박 할아버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곳에 나올수록 부모님과 고향 생각이 더 난다”며 “매년 임진각에서 차례를 드리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 매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고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할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님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태형으로(나무에 묶여 맞아) 돌아가셨다”며 “조상님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켰는데 나라가 그분들을 알아봐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어떻게 대한민국이 생존을 했는가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해서 독립운동가의 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조상님들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실향민뿐 아니라 이제 고인이 된 실향민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녀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임진각을 찾은 이가연(68, 여) 할머니는 호박전과 동태전, 산적, 사과, 배, 소주로 간단히 차례상을 차리고 북녘을 바라보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이북사람”이라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북한을 가보고 싶어하셨는데 금강산 관광을 가기 직전에 돌아가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실향민이던 아버지의 유골을 임진강에 뿌려드렸다던 정진호(가명, 40대, 남)씨는 “아버지의 고향이 북한 신의주신데 이곳에 유골을 뿌려드려서 매년 뵈러 오고 있다”며 “돌아가신 지 20년 정도 됐는데 이제는 착잡하기보다는 그냥 보고 싶다”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 가족이 이북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천지일보 파주=남승우 기자] 추석인 1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 가족이 이북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3

한편 이날 임진각 망배단에서는 ‘제50회 재 이북 부조 합동경모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실향민들을 애도했다.

김 장관은 “이번 추석에는 어르신들께서 북녘의 가족들을 만나실 수 있도록 해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 왔지만, 아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제 남북이 함께 이산가족분들의 오랜 기다림에 응답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정부는 남북관계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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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섭 2019-09-13 16:48:32
해외여행 작작 하시고 이산가족 상봉 성사 시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