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아 적막한 느낌이다. ⓒ천지일보 2019.9.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아 적막한 느낌이다. ⓒ천지일보 2019.9.12

“명절, 쓸쓸·고독하기만 해”

“몸불편해 고향길 못 내려가”

“태풍 피해 입어 여유 없다”

[천지일보=이수정·정다준 기자] “명절은 그냥 보내는 거지 뭐, 가족들도 안 찾아온 지 10년도 더 됐어.”

추석 명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일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연휴를 즐기기에 바쁘지만, 이날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변순이(88, 여) 할머니는 명절이 쓸쓸하고 고독하기만 하다. 변 할머니는 웃음을 지으며 애써 괜찮다고 말했다.

기자는 추석을 맞아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가족들 간 만남의 장이 마련되는 추석이지만, 쪽방촌 골목에는 찾아오는 발걸음이 뚝 끊긴 상태였다. 

쪽방촌은 이날 고향에 내려간 주민으로 인해 빈집이 많았다. 남아 있는 주민 일부는 텅 빈 거리를 서성였다. 남아 있는 주민은 대부분 찾아올 가족이 없거나, 몸이 불편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변 할머니는 “가족에게 귀찮아서 연락을 안 한다”며 “고향에 내려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차 멀미가 있어 장거리 이동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보고 싶고 그런 것 하나도 없다. 내 몸이 귀찮아서 더 그렇다”고 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한 집의 복도에 슬리퍼만 덩그러니 남아 사람 간 왕래가 끊긴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9.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한 집의 복도에 슬리퍼만 덩그러니 남아 사람 간 왕래가 끊긴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9.12

거동이 불편해 보행기에 의지해서 걷던 최은분(가명, 80, 여)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가족을 보기 위해 이동하려고 해도 몸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최 할머니는 “몸이 아픈지 꽤 되다 보니 명절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알레르기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버스 타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고향에 못 내려간 지 10년 이상 됐다”고 힘없이 말했다.

쪽방촌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눠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기자가 이날 실제로 방문한 최 할머니의 집은 성인 여성 3명이 앉기에도 비좁았다. 총 3층 높이로 1층에는 화장실과 변 할머니의 집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비좁았다.

집들이 일렬로 이어진 골목길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고 고요함만 맴돌았다. 빈집을 제외하고 집마다 방문이 열려 있었지만, 명절에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하기보단 방안에 홀로 앉아 TV를 보며 명절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골목 한쪽 구석에는 한 할아버지가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이제 가족도 친척도 찾아올 사람이 없다”며 텅 빈 거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현재 남아 있는 가족이 없어 찾아올 사람이 없다는 그는 “명절을 홀로 보내는 게 아주 익숙해졌다”고 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홀로 거주하는 한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혼자 보내는 명절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추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홀로 거주하는 한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혼자 보내는 명절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한 노인은 화초를 키우며 명절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화초를 키우는 게 내 인생에서 유일한 낙”이라며 “가족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많이 외롭긴 하지만, 화초를 통해 (외로움을) 잊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를 휩쓴 태풍으로 마음이 심란한 어르신도 있었다. 우유정(80, 여) 할머니는 “태풍 링링으로 인해 집 지붕이 깨지고 날아갔다”며 “추석을 보내는 데 수리 비용이 적지 않아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난번에 태풍이 왔을 때 쪽방촌이 말이 아니었다”며 “지붕이 날아가는 집이 수두룩했고 집마다 수리한다고 정신이 없었다”며 명절 분위기를 낼 여유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에서 태풍으로 인해 무너진 집을 수리하는 데 경제적인 지원을 하나도 하지 않아 전부 사비로 했다”면서 “수리 비용 때문에 60만원가량 빚진 상황인데, 무슨 명절을 보낼 기분을 내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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