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30분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한 지하탱크에서 정비 작업 중이던 작업자 4명이 질식해 119 구급대원들이 구조를 하고 있다. 구급대는 작업자들을 병원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연합뉴스)
10일 오후 2시 30분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한 지하탱크에서 정비 작업 중이던 작업자 4명이 질식해 119 구급대원들이 구조를 하고 있다. 구급대는 작업자들을 병원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연합뉴스)

10일 영덕 수산물 업체 탱크 가스 사고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모두 질식해 숨져

끊이질 않는 인명사고, 대부분 인재(人災)

“노동환경 개선, 원청 책임 제도 도입 시급”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경북 영덕의 수산물 가공업체의 지하 탱크에서 노동자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의식을 잃은 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숨진 이들은 ‘태국’과 ‘베트남’ 국적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어촌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내국인도 기피하는 3D업종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 법·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안전불감이 인명사고로”

이번 질식 사고가 발생한 수산물 업체는 오징어 내장을 빼낸 뒤 씻어 건조장에 납품하는 곳으로 한국인 사장 한명과 외국인 근로자 등 모두 10명이 근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탱크는 오징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저장하는 탱크였다.

사고 당시 쓰러진 이들은 이 탱크를 청소하던 중이었다. 특히 오징어 부산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메탄과 황화수소 등과 같은 유독 가스가 발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숨진 이들은 마스크 조차 쓰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업주 등 관계자를 상대로 밀폐 공간에서 작업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사전 안전조치를 이행했는지 등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관계자를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명사고는 몇년 새 끊이질 않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이 인재(人災)라고 지목된다. 앞서 지난 7월 31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확충공사장에서 전날 쏟아진 폭우로 현장 점검에 나선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숨진 이들 중에는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다.

22일 오전 7시 33분께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에서 승합차 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승합차가 옮겨지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2일 오전 7시 33분께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에서 승합차 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승합차가 옮겨지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이 외에도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외벽을 도색하던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떨어져 숨지고, 지난 3일에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콘크리트 제품 생산업체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19)가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이보다 앞선 6월 22일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인근 도로에서 그레이스 승합차 1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돼 4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 16명 중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무려 9명을 차지했다. 이중 두명은 숨졌고, 3명은 사고 발생 직후 사라졌는데 불법체류 신분을 우려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파악됐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인권 존중부터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다른 국내 노동자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12일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 없이 사업장을 맘대로 움직일 수 없다”며 “이를 악용해 차별과 노동, 임금체불 등 노동 착취를 일삼는 사업주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긴 더욱 어렵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중부지방에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7월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중부지방에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7.31

일각에선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복되는 인명사고에 관련 법·제도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제대로 된 안전 환경 보장 없이 노동자들이 투입되는 자체가 ‘간접 살인’”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반복돼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당국과 국가가 현실을 깨닫고 현장에서의 엄격한 규정을 세우고 법·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사고에 대해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손해배상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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