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제22회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길자연 목사가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길자연 목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불만을 품은 총대들이 언성을 높이자 이에 반박하는 총대들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길자연 대표회장 당선 무효 VS 화합·발전 우선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제22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성숙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냈다. 신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두 쪽 난 한기총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기총의 분열을 인정했다.

지난 20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에서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자격과 선관위 절차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의 발달은 지난해 12월 20일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록에서 시작됐다.

회의록에는 “선거관리규정위반에 해당된다고 결정했으나 한기총 화합과 발전을 위해 기호 1번 김동권 후보와 기호 2번 길자연 후보 중 실행위원들이 대표회장을 선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한기총 선관위가 불법 선거를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 종교지도자들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정기총회 중 대표회장 인준 절차에선 총대들 간 벌어진 몸싸움으로 정회가 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광원(예장 중앙) 목사는 길자연 목사의 당선 무효처리를 주장하며 인준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길 목사가 선거관리규정 제2조 1항을 위반한 사항에 해당된다고 결의한 선거관리위원회 결정 보고에 의해 당선 자격이 없다”면서 길 목사의 위법성과 무책임한 선관위를 싸잡아 비난했다.

길자연 목사의 당선 무효를 주장하는 지지자들은 실행위원회에서 선관위 회의록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인준을 거부하기도 했다. 길 목사 지지자들은 발언권을 얻어 길 목사 당선은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후 당선자 인준 찬반의견이 나뉘어 총대들 사이에 고성과 손가락질뿐 아니라 서로 몸을 밀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갈등이 고조되자 총대들은 단상 앞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총회는 무슨 총회야” “앉어! 앉으라고!” “조용하세요! 들어가세요!” “이것은 길자연 목사를 아웃하려는 의도”라며 서로 입씨름을 하다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의장인 이광선 목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총회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나 총대들을 당황케 했다.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의장이 총회 중간에 퇴장한 것이다.

총회에 참석한 한 총대는 “이 대표회장이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걸로 아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나간 것이 아니냐”며 총대들의 난투극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목사가 정기총회를 끝까지 진행하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것에 대해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의장이 사라진 후 일부 총대들은 자리를 떠났고, 한기총 공동회장들이 모여 속회 여부를 검토했다. 이 대표회장은 서기 문원순 목사를 통해 27일 2시에 정기총회를 속회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길 목사 지지자들은 사태를 수습하며 속회를 추진했다.

한기총 공동회장들은 총회 제5장 제20조를 들어 조경대 목사를 임시의장으로 뽑고, 회의를 진행해 총대들로부터 대표회장 인준을 받아냈다.

신임 대표회장으로 인준된 길자연 목사는 “하나님께 죄송하고 송구하고 참담하다”며 “모든 것을 하나님 뜻 안에서 풀어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인준을 받았으니 내세웠던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광원 목사를 비롯한 일부 교단 총무들로 구성된 ‘한기총개혁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가칭)’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은 더 이상 부정적인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총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젊은 총대들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가지고 분명히 이 문제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의 바른 신앙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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