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추석 연휴 앞두고 찾은 노량진

학원 개강에 취준생들 북적여

취준생 10명 중 3명 공시생

“7~8시간씩 이동 비효율적”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최빛나 인턴기자] 멀리 떨어졌던 가족이 모여 회포를 풀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눈앞이지만, 많은 청년들은 혼자 지내기를 선호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공부를 하기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둔 9일 취재진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을 찾았다. 노량진에 위치한 대부분의 학원이 9월 초에 개강하는 만큼 학원을 찾은 수많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리의 한쪽에선 학생들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강의실에 수백명씩 함께 강의를 듣는 노량진의 특성상 일찍 줄을 서서 앞자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강의자가 잘 보이지 않는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또는 눈을 비비며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거리를 바삐 걸어가며 공부를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었다. 노량진의 명물인 ‘컵밥’을 먹기 위해 컵밥거리엔 다양한 수험생들이 찾아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서 빠르게 식사를 이어갔다. 옆에 있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에선 간간히 웃음이 피어나기도 했다.

컵밥 거리에서 만난 김승진(가명, 28, 남, 서울시 동작구)씨는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향인 강릉에서 올라왔다”면서 “지난번 시험 끝나고 고향에 내려갔다 왔는데 부모님도 빨리 직업을 갖기 원하시고 저도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번에는 남아서 공부에 매진하려고 한다”며 공무원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량진 한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던 이슬(26, 여, 인천)씨는 “토목공학과를 나와서 설계회사를 다녔는데 잦은 야근과 퇴근도 못하는 업무 실태 때문에 4개월 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새로이 선택한 직업은 이영민씨와 다르지 않은 공무원. 이슬씨는 왜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을까. 그는 “그래도 공무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전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슬씨처럼 공무원을 꿈꾸는 이들은 끊임없이 노량진을 찾는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준비생, 이른바 ‘공시생’으로 불리며 꾸준히 거론된다. 최근 15~29세의 취업준비생 71만 4000여명 중 약 30%가 공시생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슬씨는 “아무래도 저는 서울에 온지 얼마 안 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2

같이 카페에서 공부 하던 이주형(25, 여, 시흥)씨도 이슬씨와 같은 회사를 다니다 사직서를 내고 공시에 뛰어들었다. 그는 공시생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기 전 먼저 최신 공무원 시험문제를 살펴봤다. 이주형씨는 “이번에 공무원 시험문제가 너무 어렵게 나와서 다음시험에도 걱정이 많다”며 “이번 주에는 추석이라 학원 수업은 듣지 않고, 다음 주 개강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자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형씨는 “여기는 시험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고향에 못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가시는 분들과 함께 식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에 열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공부할 시간이 아까워 떠나지 못하는 이를 또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김동현(25, 남)씨는 “아무래도 제가 사는 곳이 경남 진주이다 보니 원래 3시간 반이던 거리를 추석에는 7시간 8시간 걸려서 간다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 가게 됐다”며 “가족들은 아무래도 명절에 못 보니 아쉬워 하시면서도 공부하는걸 아니깐 이해 해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저는 지금 원룸에서 따로 나와서 살고 있지만 평소에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며 “들어보니 추석 때는 주위 고시 식당이 문을 안 연다고 해서 걱정이다. 그냥 주위에 연 식당 아무데 나 가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러 대전에서 온 이영민(가명, 27, 남)씨는 “이번 추석에는 기차 표 예매를 실패해서 남아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서 “부모님은 제가 고향에 못 간다니깐 서운해 하셨는데, 제가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님께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5월 기준 청년층 907만 3000명 중 취업자나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 등 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는 468만 3000명으로 청년의 절반 정도는 경제활동을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9.8%가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성인 남녀의 5명 중 1명은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렇게 혼자 추석을 보내겠다는 이른바 ‘혼추족’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취업준비생으로 28.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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