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라’
[아침평론]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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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국내에서 방영되는 중국 채널이 몇 개 있다. 중화TV, 채널차이나, 아시아앤에서 방영되는 드라마가 많은데 그 가운데 역사드라마는 수준작이 많아 국내 시청자들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3국시대, 고려, 이조 순으로 내려온 왕조가 비교적 단순한 편이지만 한반도의 44배나 되는 중국은 땅이 워낙 넓다보니 나라들이 많았고 거기에 얽히고설킨 역사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수많은 나라의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많은데 빼어난 수준작도 여럿 있다.

중드 매니아가 된지 10년도 더 넘은 필자는 중국 역사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았다. 그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명작들이 한두 편이 아니지만 랑야방 ‘권력의 기록’ 드라마는 2015년 국내에서 방영된 이후 재방영되는 것을 모두 보았으니 너댓 번은 족히 된다. 재방영될 때마다 처음 보는듯한 기대를 갖고 보고 또 보고 했던 작품으로 본지 아침평론 란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 그 영향으로 후속작 ‘랑야방 2, 풍기장림(风起长林)’에 기대가 컸는데 1편을 너무 재밌게 본 영향 탓으로 풍기장림은 총 50회 중에서 초기 몇 회를 보다가 도중에 그만뒀다.

그러다가 최근에 방영되는 ‘풍기장림’을 다시 보게 됐는데 드라마 마지막 부분이어서 일주일 동안 하루 두 편씩 빠짐없이 시청했던바, 새로운 역사드라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랑야방 1편이 권력의 기록이었고, 2편 풍기장림에서는 대를 이어 거듭되는, 권력을 향한 야심과 음모가 들끓는 그야말로 ‘권력과 전쟁의 대서사극’이었으니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양나라는 정왕의 훌륭한 치세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멀리 떨어진 북방의 변경에는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고 있는 북유국 등의 도발로 전쟁의 불씨가 끊이지 않는다. 북방 수비를 담당하는 장림(长林)군의 총사령관은 1편에서 나왔던 기왕의 아들 장림왕 소정생이다. ‘백성을 지키고 나라에 충성한다’는 대의를 지켜온 장림군은 빼어난 전공(戰功)과 활약으로 양나라 백성들의 명망이 높아지자 조정 실권을 잡은 순(荀)황후와 그의 오빠 순백수는 북유와의 전쟁을 기회삼아 장림왕부의 소정생과 그의 아들 소평장, 소평정을 죽일 계획을 세우며 사사건건 음모를 꾸민다. 장자인 소평장이 북방 변경에서 일어난 전쟁에 나갔다가 결국 죽게 돼 랑야각에서 지내던 소평정이 북방을 지키게 되는데, 양제의 붕어 후 애도기간 중에 전쟁을 하지 말라는 황제의 어명이 있었지만 북유국의 침략이 있자 소평정은 나라의 안정과 백성을 위해 어명을 어기고 전쟁을 치른다. 혁혁한 전공을 세워 승리하지만 ‘성지(임금의 뜻) 거부죄’를 범하고 만다.

장림왕 소정생이 둘째아들(소평정) 편을 들 수 있었지만 장림왕부의 지조를 내세웠고, 끝내 병사하게 된다. 장림왕은 어린 황제의 백부로서 권력을 잡은 평생 기간 동안 자신의 사람들로 파벌을 만들고 반대파와 당쟁 구도를 만들면서 둘째 아들(평정)을 구하기 위한 상황을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도를 잘 알면서도, 그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림왕 소정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유언으로 평정에게 “국가와 집안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라”고 당부했다. 장림왕이 죽자 장림왕부는 없어지고 평정은 깊은 산 속의 랑야각으로 되돌아가고, 황궁에서는 황제자리를 탐내던 소원계가 역모를 꾀하자 은거하던 소평정이 옛 장림군 10만 대군을 모아 어린 황제를 구하게 되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는다. 황제는 형님인 소평정에게 궁에 남아 도와달라고 했지만 평정은 아버지 장림왕의 유언을 쫓아 권력을 마다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간다. 대충 이러한 스토리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 했던가. 장림왕부는 충분히 권력을 휘두를 힘을 가지고 있어도 사욕을 위해서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장림왕은 일평생 군주와 나라에 충성한 의리로 똘똘 뭉친 사나이였고, 소평정 역시 오직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을 바쳤다. 이 중드 랑야방 2편 ‘풍기장림’ 최종회가 방영된 다음날 ‘조국 청문회’가 열렸고, 많은 국민들은 청문회 현장을 지켜보면서 권력 쫓기 현장을 보며 나름대로 조국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판단했을 것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와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사회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꼭 “법무장관이 돼야 하는가?” 물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검찰개혁’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자신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국민은 수긍이 안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 후보자 내정 후 한달가량 본인과 가족 모두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었는가, 급기야 후보자 아내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양대에서 딸의 ‘총장 공로상’ 발급과 관련 사문서위조죄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까지 된 신세가 됐으니 후보자 집안의 평온했던 일상들이 풍비박산이 난 것은 자초한 일이다. 그러한 후보자에 대해 순리를 거스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면서 중드 ‘풍기장림’ 가운데 가족을 뜨겁게 사랑해온 장림왕이 죽어가면서 아들에게 하는 말 “국가와 집안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라”한 유언이 떠오름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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