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늦게나마 재심을 통해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킨 법원의 판결은 환영할 일이다. 물론 고인의 한과 유족이 그동안 받은 고통을 씻기에는 충분치 않다.

사법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앞으로는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기도 한 조봉암 선생은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정적으로 떠오르면서 숙청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조 선생은 국가변란과 간첩 등의 혐의를 받고 법원의 사형선고에 따라 1959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법원은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며 오심을 인정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국가에 의한 ‘사법살인’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배상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법의 수호자인 사법기관이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비슷한 예가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의의 피해자가 앞으로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법기관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무엇보다 확보되어야 할 것은 외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이승만 정권 당시 조봉암 선생을 제거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해준 법원은 권력의 시녀에 지나지 않았다. 사법부는 권력의 하수인도,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중립적인 입장에서 법에 따라 공명정대한 재판을 해야 한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의 모든 기관도 이번 일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어떤 권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그릇된 정책을 내린다면 이 사회는 혼란과 갈등에 처하게 된다. 종교편향 문제도 그 예 가운데 하나다. 다종교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공기관이나 공직자가 특정 종단에 치우친 행동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종교인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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