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지난 6월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北 “9월 하순 실무협상 용의”… 美트럼프 “만남, 좋은 일” 호응

北, 체제안전·제재완화 요구 예상… “주한미군철수 요구할 듯” 분석

“‘완전vs단계적’ 비핵화 이견 충돌… 北 단계적 비핵화, 핵보유 의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미 정상이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3개월여 만에 다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이달 말 실무회담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남은 좋은 일”이라고 호응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밤 담화문에서 “9월 하순 중 합의되는 장소에서 미국과 실무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흥미롭다. 만남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그의 카운터파트로 예상되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조만간 만나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대화 시계는 지난 2월 28~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췄다. 양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등 물밑대화를 지속해왔지만, 공식적으로 실무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30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하면서 ‘깜짝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당시 북미 정상 간 대화도 1시간 가까이 이뤄지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전에 준비된 만남이 아닌 만큼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데 그쳤다. 이후 실무협상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북한이 대화 제의에 나서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회동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출처: 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회동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출처: 뉴시스)

실무협상에서는 ‘하노이 회담’ 이후 확인된 북미 양측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북미 양측은 비핵화 접근 방식과 이에 따른 보상의 대가를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였고, 양측은 이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 전략을 다듬어 왔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제시하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로 삼아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이러한 북미 양측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비건 대표는 ‘유연한 입장’을 강조하기도 하면서 실무협상을 통해서 이견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또 이에 따른 대가로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해제해달라는 것과 다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4일 논평에서 “우리는 제재 해제에 연연하지 않으며 그런 것과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절대로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여기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대 강연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면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주장하고, 미국은 인도적 지원까지는 할 수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단계적 비핵화’로는 제재완화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낼 것”이라며 “이러한 이견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이번 실무협상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체제안전보장을 주장하며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핵을 보유하겠다는 핵 보유 협상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신 센터장은 “정부는 북미 핵협상에 있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하나씩 검증하면서 해나가야 한다”며 “최근 정부는 비핵화보다 평화만을 강조하고 있어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체제안전보장 방안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의 카드를 내밀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재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정 과제로 경제건설을 내세운 만큼 제재완화는 내심 강하게 바라고 있다. 이에 궁극적으로 제재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10일 오전 또 다시 미상의 발사체 두 발을 평안남도에서 동쪽으로 발사했다. 전날 미국에 이달 말 대화 제의를 하고 나서 하루 만에 벌인 일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10일 오전 6시53분경, 7시12분경 평안남도 내륙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며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했으며 추가적인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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