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사한 이래 최악의 추석경기”… 상인도 고객도 ‘울상’
[르포] “장사한 이래 최악의 추석경기”… 상인도 고객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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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의 전통시장 인왕시장에서 밤, 대추 등 제사에 필요한 여러 식품을 판매해온 이순례(80) 할머니가 힘없이 손님을 기다리며 물건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0
서울 서대문구의 전통시장 인왕시장에서 밤, 대추 등 제사에 필요한 여러 식품을 판매해온 이순례(80) 할머니가 손님이 없어 힘이 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건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0

이른 추석에 전통시장 타격 커

무더워 과일선물세트 거래 ‘뚝’

실제 장보러온 손님 열에 하나

불경기에 장보기예산부터 ‘축소’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이렇게 안 될 수는 없다. 올해 특히 심하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통시장 인왕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인왕시장에서 40년간 식품장사를 해온 한 사장님은 울상이었다. “시장을 한번 둘러보쇼. (장사가) 안되는 정도가 아니지. 진짜 이제는 장사를 접어야 하나 봐.” 그늘이 드리운 사장님의 푸념이 10여분간 이어졌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추석 전 이맘때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최근 2~3년 사이 경기가 더 악화되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추석 대목도 마찬가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9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추석대목이 시작됐지만 차례음식을 준비하러 나온 손님들이 적어 시장 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19.9.10
9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추석대목이 시작됐지만 차례음식을 준비하러 나온 손님들이 적어 시장 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19.9.10
9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추석대목이 시작됐지만 차례음식을 준비하러 나온 손님들이 적어 시장 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19.9.10
9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추석대목이 시작됐지만 차례음식을 준비하러 나온 손님들이 적어 시장 골목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19.9.10

시장 입구에서 밤, 대추 등 제사와 관련된 여러 식품을 48년간 판매했다는 이순례(80) 할머니는 타격이 더 컸다. “오늘부터 시작해 내일, 모레가 추석 대목 절정이지만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사람들이 제사를 안 지내니 타격이 더 크다”며 “해마다 안좋아 지는데 올해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말처럼 추석 대목 기간이 시작됐지만 한시간가량 시장을 지켜보는 동안 정작 물건을 사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이 시장을 지름길 삼아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면 어머니와 이곳에서 장을 봤다던 30대 주부 이현정씨는 “그땐 입구부터 사람이 넘쳐났고 사람에 치여 물건을 사기 힘들 정도였다”며 “지금은 너무 한산하고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왕시장을 마주하고 있는 청과 도매상의 분위기도 어두웠다. 30년째 이곳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동서상회 김명순(여, 61)씨는 “지난해보다도 물건을 덜 받았는데도 올해 작년의 절반도 아직 팔지 못했다”며 쌓여 있는 과일 상자들을 보고 한숨을 지었다. “단골손님들에게 전화도 돌려보며 발을 동동 구르지만 오히려 단골들도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며 “장사가 너무 안돼 스트레스로 몸까지 퉁퉁 부었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48개 점포가 경쟁하던 이곳은 현재 23개가량으로 줄었다. 대부분이 도매 위주로 판매를 했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남아 있는 가게의 절반은 소매로 전환됐다. 그마저도 장사가 안돼 올해도 줄줄이 2곳이 문을 닫았다.

30년째 전통시장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동서상회 김명순 사장이 팔리지 못한 과일상자를 보며 근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0
30년째 전통시장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동서상회 김명순 사장이 팔리지 못한 과일상자를 보며 근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0

올해 추석은 날씨 문제까지 더해져 경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현재 남아 있는 청과 도매상 중 선물용 택배를 가장 많이 보내는 대원상회 유두석(남, 60)씨도 “오늘이 택배주문 마지막 날인데 작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추석이 한달이나 빨라지다 보니 더운 날씨에 과일선물을 꺼리고, 단골손님들도 주문을 취소하고 있어 30% 이상 판매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석선물세트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사람들은 붐볐지만 정작 명절음식을 위해 장을 보는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손님들도 비용부담에 다들 예산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숙(60대 중반)씨는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우린 나이가 먹어 많이 못먹고 젊은 사람들은 원채 적게 먹어 양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와 매년 장을 보러 온다는 전혜원(36)씨도 “자영업을 하는데 경기가 안좋아 차례비용부터 줄이기로 했다”며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산적만 하기로 했고 손이 많이 가는 동그랑땡도 빼는 등 가짓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격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9일 기준 전통시장에서 추석 차례상 품목을 구입할 경우 4인 가족 기준 비용은 23만 2700원으로, 지난해(23만 3800원)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32만 446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28%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대목이 시작됐지만 전통시장 인왕시장 맞으편에 자리한 청과상들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9.10
추석 대목이 시작됐지만 전통시장 인왕시장 맞으편에 자리한 청과상들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9.10

#추석경기 #추석 전통시장 #재래시장 #추석 대목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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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19-09-10 21:49:04
왜 아니겠어요. 가정경기도 힘든데 시장은 더불어 힘들겠죠.

문지숙 2019-09-10 20:39:29
저도 한꺼번에 장보기가 편리한 마트에서 사지 시장은 안가지게 되요 이런 현실에 마음이 아프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