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의 음식을 바라보며 우리 풍습을 배우고 있다.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19.9.9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의 음식을 바라보며 우리 풍습을 배우고 있다.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19.9.9

지역별 차례음식 ‘이모저모’
 

햅쌀·햇과일로 차례상 올려
지역별 다양하고 각양각색
전남 낙지, 경북 간 고등어
빠지지 않는 충남 ‘소곡주’
추석송편엔 영광 모시송편

[천지일보 전국=김미정·최혜인·김지현·원민음 기자]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한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의미로 한가위란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이 되면 햅쌀이나 햇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이에 본지는 전국 각 지역별 특색 있는 음식을 알아봤다.

◆전남 낙지 호롱·우럭 등 올려

전남 무안에서는 갯벌의 보양식인 낙지를 짚으로 돌돌 감아서 쪄낸다. 찐 낙지 호롱에 실파나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어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무안의 광활한 갯벌에서 자란 낙지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있으며 타우린을 함유한 저칼로리 식품이다. 단백질, 인, 철, 비타민 성분이 있어 콜레스테롤의 양을 억제하고 빈혈예방의 효과도 있다. 낙지의 특이한 맛 성분은 주로 베타인으로 간기능 보호와 시력보호의 효능이 있다. 낙지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아세틸콜린도 많이 포함돼 있다. 각종 무기질(칼슘, 인, 철분, 마그네슘, 나트륨 등)이 풍부하고 비타민B2를 함유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에서 차례상에 올리는 낙지호롱.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19.9.9
전남 무안군에서 차례상에 올리는 낙지 호롱.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19.9.9

이처럼 낙지는 바다 생물 가운데서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힌다. 말린 오징어 표면에 생기는 흰 가루는 타우린이라고 하는 성분인데, 타우린은 강장제이자 흥분제에 속하는 것으로 일제가 2차 대전말기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에게 흥분제 대신 먹였다는 것이 바로 이 타우린이다. 낙지에는 타우린이 34% 들어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우럭과 농어(건정)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사진은 우럭찜.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9.9.10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우럭과 농어(건정)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사진은 우럭찜. (제공: 신안군) ⓒ천지일보 2019.9.10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우럭과 농어(건정)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우럭과 농어는 육질이 좋아 횟감으로 즐겨먹는 생선이다. 예부터 섬사람들은 자연산 우럭, 농어 등을 손질해 천일염으로 절인 다음 바닷바람과 햇볕에 말려 음식재료로 사용해왔다. 이것을 느림의 음식(Slow Food) ‘건정’이라 부른다. 우럭은 신안에서도 흑산도에 가장 많이 생산되는 생선으로 차례상에 꼭 올라가는 생선이다.

영광 모시송편. (제공: 영광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9.9.9
영광 모시송편. (제공: 영광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9.9.9

◆추석엔 송편, 영광 모시송편

영광에서는 모시송편을 추석송편으로 사용한다. 모시송편은 칼슘, 철, 마그네슘, 칼륨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많은 식이섬유질이 함유돼 있다. 속 재료로 들어가는 영광 동부콩에도 항산화 활성, 식이섬유, 단백질 등이 들어있다. 모시송편은 진녹색이 선명하고 모싯잎 본연의 풍미가 진한 것이 특성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배로 생산되는 영광모싯잎은 서해안의 깨끗한 갯바람을 맞고 자라 식이섬유, 엽록소가 풍부하다. 모시송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5~10월 사이에 수확한 신선한 모싯잎을 따다가 깨끗하게 씻어 삶은 뒤 무공해 쌀과 함께 곱게 갈아서 반죽한다. 반달 모양으로 반죽을 빚은 후 동부 콩을 넣어 찌면 모싯잎 향과 청정한 빛깔이 돋보이는 모시송편이 완성된다. 

[천지일보 충남=김지현 기자] 충청남도 추석 차례상에 빼놓을 수 없는 한산면 소곡주. ⓒ천지일보 2019.9.9
[천지일보 충남=김지현 기자] 충청남도 추석 차례상에 빼놓을 수 없는 한산면 소곡주. ⓒ천지일보 2019.9.9

◆충남 서천 한산면의 ‘소곡주’

충청남도에는 추석 차례상에 빼놓을 수 없는 한산면 소곡주가 있다. 이 술은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한산지방의 명주이다.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한을 달래기 위하여 빚어 마신 백제 때의 궁중 술이라는 설이 있다.

한산 소곡주는 서천의 청정 자연에서 재배한 쌀과 찹쌀, 누룩을 주원료로 하고 들국화, 메주콩, 생강 등 천연 재료로만 만드는데 모든 과정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소곡주를 만든다고 알려졌다. 찬바람이 불면 담기 시작하는 소곡주는 인공 첨가물이 없어서 맛이 변하기 쉽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깨끗하게 씻어서 불린 찹쌀을 솥에 쪄서 고두밥을 짓는다. 식혜나 술을 만들 때 발효가 쉽게 되도록 고두밥을 쓰는 것이다. 여러 번 뒤집어서 고두밥을 식히고 나면 이제 덧술을 만들 차례이다. 미리 숙성시켜놓은 밑술과 고두밥을 합해서 끈적끈적할 때까지 골고루 버무려서 덧술을 만든다. 

우리나라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소곡주는 백제 1500년 전통이 깃들여 있다. 알맞게 숙성된 소곡주를 맛보기 위해 저온 숙성 창고를 사용한다. 깊은 산속 샘물처럼 맑아 보이는 한산 소곡주는 피를 맑게 해주는 약리 작용도 있고 감칠맛이 뛰어나서 추석 차례상에서 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차례상에 올린 돔배기와 간고등어. (제공: 안동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9.9.9
차례상에 올린 돔배기와 간고등어. (제공: 안동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9.9.9

◆경북 안동 간고등어도 올라

경북에는 경산과 영천을 중심으로 경북 중·동·남부권의 돔배기, 안동은 간고등어와 문어숙회, 영주지역은 배추전 등 올린다. 대구·경북지역에서만 독특하게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이 있는데 바로 ‘돔배기’다. 돔배기를 즐겨 쓰는 지역에는 돔배기 준비가 끝나면 제사 준비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돔배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방법은 주로 산적과 탕국이다. 산적은 적당한 크기로 준비한 돔배기를 꼬치에 꽂아 기름에 구워 올린다. 탕국은 남은 돔배기나 돔배기 껍질을 썰어 갖은 야채와 넣어 끓여 제사상에 준비한다.

경상도 내륙지방인 안동에서는 간고등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안동사람들은 70㎞ 정도 떨어진 영덕 바닷가에서 해물을 샀다. 이곳에서 걷기 시작해 중간지점인 지금 안동시 임동면에 해질무렵 ‘챗거리 장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안동으로 옮기며 햇볕을 받고 소금에 절인 ‘안동간고등어’가 탄생했다. 내륙지방에서 생선을 이용 지역상품화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간고등어의 맛은 구워도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감칠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비린 생선은 제수 음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동 간고등어가 대중화되면서 현재 차례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됐다.

한편 제주도에는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으로 ‘옥돔’이 으뜸이다. 더불어 ‘카스텔라’를 제수 음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벼농사가 어려웠다. 이에 쌀떡과 보리빵 대신 술빵의 일종인 상외떡을 차례상에 올렸었는데 이러한 문화가 변형돼 카스텔라를 올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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