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윤건영 실장에 메시지 초안 작성 지시
文대통령, 밤새 직접 메시지 손보며 고민 거듭
이튿날 아침 참모들에게 ‘임명’ 최종 결정 알려
[천지일보=임문식·명승일·홍수영 기자] 참으로 길고 긴 ‘대통령의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한 9일 하루 전까지도 ‘임명’과 ‘낙마’ 두 가지의 대국민 담화를 모두 준비한 채 저울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동남아 3개국 순방(태국·미얀마·라오스)에서 귀국했다. 여독으로 피곤할 법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9시부터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핵심 참모진과 함께 조 장관의 거취를 장시간 논의하며 심사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은 조 장관 임명 찬반 의견뿐 아니라 임명이나 철회 등의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측면의 전망들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의견을 개진하기 보다는 가만히 경청하는 쪽을 택했다고 전해졌다. 여러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는 데 큰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조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6일 오후 10시 50분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를 적용했다. 공소시효가 불과 1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말인 7~8일에도 꾸준히 청와대 내·외부 그룹들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의 기류와는 달리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거론하며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을 비롯한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 6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8일 오후에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문 대통령은 오후 4시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에게 ‘대국민 메시지’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장기간 지속된 만큼 임명과 철회 어느 쪽이든 국민들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던 지금까지의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정국을 극한의 대립으로 몰고 간 이번 논란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실장이 마련한 초안을 받아 본 문 대통령은 8일 밤 계속해서 원고를 손봤다. 초안 내용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새 내용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에선 노영민 실장 주재로 일요일마다 열리는 현안 점검 회의를 통해 여러 시나리오를 점검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거쳐 조 장관 거취를 다시 논의했다. 그리고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종합했다. 논의 끝에 조 장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결과가 문 대통령의 결정에 도움이 됐는지, 다음날인 9일 오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조 장관 임명 단행의 뜻을 밝혔다.
이후 발표 시간과 형식 등이 일사천리로 논의됐고, 문 대통령이 임명식 수여식장에서 단상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형식이 최종 확정됐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회로 발 빠르게 움직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만나 이를 알렸고, 고민정 대변인은 조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임명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오전 11시 30분 이 같은 내용이 공식 발표됐고, 오후 2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명장 수여식이 생중계를 탔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장고를 거듭한 끝에 ‘조국의 시간’이 시작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