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 신임 장관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 신임 장관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 오후 윤건영 실장에 메시지 초안 작성 지시

文대통령, 밤새 직접 메시지 손보며 고민 거듭

이튿날 아침 참모들에게 ‘임명’ 최종 결정 알려

[천지일보=임문식·명승일·홍수영 기자] 참으로 길고 긴 ‘대통령의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한 9일 하루 전까지도 ‘임명’과 ‘낙마’ 두 가지의 대국민 담화를 모두 준비한 채 저울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동남아 3개국 순방(태국·미얀마·라오스)에서 귀국했다. 여독으로 피곤할 법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9시부터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핵심 참모진과 함께 조 장관의 거취를 장시간 논의하며 심사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은 조 장관 임명 찬반 의견뿐 아니라 임명이나 철회 등의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측면의 전망들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의견을 개진하기 보다는 가만히 경청하는 쪽을 택했다고 전해졌다. 여러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는 데 큰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조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6일 오후 10시 50분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를 적용했다. 공소시효가 불과 1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말인 7~8일에도 꾸준히 청와대 내·외부 그룹들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의 기류와는 달리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거론하며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을 비롯한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 6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8일 오후에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문 대통령은 오후 4시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에게 ‘대국민 메시지’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장기간 지속된 만큼 임명과 철회 어느 쪽이든 국민들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던 지금까지의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정국을 극한의 대립으로 몰고 간 이번 논란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실장이 마련한 초안을 받아 본 문 대통령은 8일 밤 계속해서 원고를 손봤다. 초안 내용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새 내용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9

이와 별개로 청와대에선 노영민 실장 주재로 일요일마다 열리는 현안 점검 회의를 통해 여러 시나리오를 점검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거쳐 조 장관 거취를 다시 논의했다. 그리고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종합했다. 논의 끝에 조 장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결과가 문 대통령의 결정에 도움이 됐는지, 다음날인 9일 오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조 장관 임명 단행의 뜻을 밝혔다.

이후 발표 시간과 형식 등이 일사천리로 논의됐고, 문 대통령이 임명식 수여식장에서 단상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형식이 최종 확정됐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회로 발 빠르게 움직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만나 이를 알렸고, 고민정 대변인은 조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임명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오전 11시 30분 이 같은 내용이 공식 발표됐고, 오후 2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명장 수여식이 생중계를 탔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장고를 거듭한 끝에 ‘조국의 시간’이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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