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로힝야 무슬림 난민들이 2017년 11월1일 강을 건너 이웃 방글라데시로 도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얀마의 로힝야 무슬림 난민들이 2017년 11월1일 강을 건너 이웃 방글라데시로 도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비운사 스님 “극우불교 비판, 소승불교 유지 노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갈등으로 수십년 동안 분쟁을 치르고 있는 미얀마에서 종교 간 증오‧혐오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님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초 현지 불교 매체인 부디스트도어(Buddhist door) 보도에 따르면 만달레이의 먀와디 밍기(Myawaddy Mingyi) 사원에 소속된 사야도우 아신 아리야 원 타 비운사(Sayadaw Ashin Ariya Wun Tha Bhiwun Sa) 스님은 자국 불교계에 회초리를 들었다.

스님은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종교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파하면서 “우리는 소수 민족에 대한 증오심을 심기보단, 다양한 종교 간 화합을 도모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외친다. 그는 “진실을 위해 싸우고, 극우 불교도들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대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불교 승려로서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침묵은 극우 불교도들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 (극우) 승려들에 대한 비판은 공동체의 분열이 아니라, 소승불교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단언했다.

이 스님은 소수 무슬림족을 탄압해 자국 내 장기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불교단체 ‘마 바 타(Ma Ba Tha)‘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 단체는 로힝야족을 탄압하다가 2017년 강제해산됐지만 이후 ‘붓다 담마 필란트로피 재단(Buddha Dhamma Philanthropy Foundation)’으로 재설립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님은 “극우불교 단체 소속 스님이 미얀마 전체 불교 인구 89%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침묵하는 스님들보다 그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적 민족주의자”라고 질타했다.

미얀마의 종교갈등의 원인은 일부 불교인들의 타종교를 향한 혐오‧증오와 이를 묵인하는 불교인들의 태도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일테면 동부지역에 살던 로힝야족은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2017년 8월 미얀마 북부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해 토벌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로힝야족이 사망했으며 70만 명이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미얀마 중부도시인 메익틸라에서는 2012년 불교도들이 지역 무슬림 주민들을 공격해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소년이었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활동가로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한 윈테인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내 앞에서 소년들이 살해됐다”며 “그런데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 살고 있는 기독교 침례교파인 카친족은 급기야 지난 2011년 당국에 맞서 무장봉기를 했다. 그러나 강경진압이 이뤄졌고, 난민 7만명이 발생했다.

한편 미얀마 종교 비율 중 불교는 무려 89.4%를 차지한다. 그다음 기독교가 4.9%, 이슬람교 3.9%, 힌두교 0.5%, 토속신앙 1.2%, 기타 0.1% 등으로 불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는 한 자리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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