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강강술래’는 우리민족의 추석 노래다. 손에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추는 댄싱곡이기도 하다. 조선 말기 문인 최영년(崔永年)의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강강곡(强强曲)’이라고 나온다. 어느 나라에 이 같이 신나고 흥겨우며 아름다운 노래가 있을까. 그런데 왜 ‘강강술래’라고 했을까. 가사 가운데는 혼기를 앞둔 처녀의 혼수장만까지 등장 정겹기만 하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 달 떠온다 달 떠온다 / 강강술래 / 동해 동천 달 떠온다 /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 / 딸아 딸아 막내딸아 강강술래 / 얘기 잠자고 곱게 커라 강강술래 / 오동나무 밀장농에 강강술래 / 갖은 장석을 걸어주마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하략).

이 노래가 시작된 곳은 호남지방이다. 해안에 살던 마을 아낙네들이 추석대보름날 밖으로 나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돌며 가창 한데서 기인하고 있다. 

그런데 바닷가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이를 알리기 위해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동네 아낙들은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를 큰 소리로 불렀다는 것이다. ‘강한 오랑캐가 바다를 건너왔다’는 뜻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야경곡(夜警曲)이자 안보곡(安保曲)이 아닌가.  

목포시 죽교동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과 ‘강강수월래’의 전설이 담긴 곳이다. 속설에 따르면 장군이 이 노래를 작전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장군은 노적봉을 짚과 섶으로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을 이용하여 이 노래를 부르게 하여 많은 군사가 잇는 것처럼 속였다. 

해동죽지에도 이장군이 강강도해록(强强渡海錄)을 지어 군사들을 가르쳐 수고를 잊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녀자로 하여금 이 곡조를 부르게 하여 후대에까지 전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강강술래는 처음에는 느린 가락의 진양조에 맞춰 춤을 춘다. 그리고 몇 바퀴를 돌다 점점 빠른 가락인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변해가며 동작이 빨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경쾌하고 흥겨운 댄싱으로 변하는 것이다. 

다른 민속놀이처럼 등식이 있다. 제일 목청 좋은 여성이 선발돼 앞으로 나와 선창하면 모두 ‘강강술래’라고 후렴을 받는다. 민속경연이나 강강술래 축제에 가면 이제는 화려한 군무와 명창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이 같이 변형 된 것은 농악놀이처럼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작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얼마 전 KBS한민족 방송이 주관한 전통음악회에서는 ‘강강술래’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안보환경을 우려하는 노래로 인식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와해된 후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시선이 곱지 않으며 일본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핵감축 협상에서 철저히 한국을 도외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소외돼 이들이 어떤 결정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국을 겁박했다. 유사시 도발이나 침공의 서막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태에 대한 정부와 군의 대응 태세는 완벽한가. 추석을 맞아 국민들의 가슴 속에 강강술래, 안보 경각심을 안고 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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