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컴퓨터는 세월이 지날수록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 시장은 기존의 데스크탑 형식에서 가볍고, 보관 및 이동이 손쉬운 노트북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주요 장치인 CPU(중앙처리장치)와 RAM(메모리)등이 외형적인 크기는 줄어들지만, 처리용량은 오히려 강화된 제품이 출현하면서 작지만 더 큰 기능을 가진 소형컴퓨터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령을 보내는 입력장치와 마우스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마우스의 경우에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볼 마우스에서 광마우스로 변환되었을 뿐이며, 기본적인 입력 인터페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가 최적의 입력장치이며, 현재까지는 최적의 입력장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이 집약된 모바일 키보드 앱인 “스마트보드” iOS 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컴퓨터 이용자를 이해하는 지능형 키보드로 만들겠다는 네이버측의 의지로 출현한 스마트보드는 검색과 번역을 비롯해서 자주 쓰는 문자, 한자변환 등 편의 기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버전에서는 편리한 한글자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두벌식, 단모음, 천지인, 나랏글, 베가 외에도 단모음과 두벌식 장점을 섞어 사용하는 ‘단모음+’라는 자판을 추가 제공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실제 서비스에 반영해 특수기호·마침표·쉼표 입력 등을 개선했다. 또한 언어처리, 문맥추천, 검색 모델링, 파파고 인공신경망 번역, 음성인식 등 네이버 핵심 기술을 적용하여, 스마트보드에 다양한 검색 기술을 접목하여, 본 버전의 스마트보드에서는 기본 입력기능 외에 추천어, 교정어, 이모지, 네이버 검색, 파파고 실시간 번역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네이버측은 “앞으로도 키보드앱은 다양한 앱 화면 위에 항상 동일하게 떠있는 서비스로 여러 기능과 기술, 콘텐츠가 접합된 가능성 있는 플랫폼”이라면서 “스마트보드는 단순히 텍스트 입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AI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해 ‘나를 이해하는 키보드’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장기적 비전을 설명한 바 있다. 키보드가 단순히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내는 명령어 입력으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해당 키보드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연관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로서 활용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같이 무의식, 반복적으로 키보드 자판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매우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우리 ‘한글’의 우수성이다. 중국의 한자 자판의 경우, 3만개가 넘는 한자를 좁은 자판보드에 싣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묘사(한어병음)하여 알파벳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만 화면에서 한자로 바뀌므로, 우리 한글 입력과 같이 연속적인 입력이 불가한 것은 둘째치고, 매번 유사한 음에 대한 단어를 구분 선택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는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보통 20개 정도이므로 이 중 자신이 입력하려는 문자를 선택하는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한글과 같이 자음, 모음으로 구성되어 이를 조합하여 문자를 표현하는 간단한 형태가 아니므로, 중국에서 인터넷 사용은 손에 익어 숙지될 때까지는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어로 가나(한글의 자음/모음과 같은 일본어 기초문자)를 읽어 이와 같은 발음을 내는 영어로 자판을 치는 형식이다. 예를 들면 히라가나인 “せ”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물론 총 102개의 가나를 모두 키판에 올려 입력하는 방법도 있으나,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일부 전문가들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일본 문자는 35초나 걸린다는 비교 조사도 있는데, 이는 한글의 입력 속도가 중국, 일본어 대비 약 일곱배 정도나 빠르다는 얘기이다. 우리 한글이 정보통신(IT)시대에 매우 큰 경쟁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례로 볼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유발된 3차 산업혁명을 통해 급속히 성장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숨어있는 원동력에 자랑스런 한글이 있었던 것이다. 사용하기 쉽고, 편하고, 과학적이며, 특히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위대한 한글을 발명해 주신 세종대왕님께 우리 모두 깊은 감사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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