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가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가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관리자·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결론

새로 옮긴 부서에 컴퓨터, 캐비넷 등 지급 안 돼

“시 산하 전체 의료원 대상으로 확대해 살펴야”

“간호부장·팀장 등 책임자처벌 확실히 이행해야”

“진대위 권고안 3개월안 시행, 똑똑히 지켜볼 것”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올해 1월 초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일할 당시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간호사 선·후배 사이 특유의 괴롭힘 문화)’이 그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는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를 열고 “그의 죽음은 결국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진대위는 서울의료원이 최근 10년간 조직 규모를 확대하며 외적으로 성장했지만 조직·환경적 괴롭힘이 있었던 정황이 있고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상혁 진대위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이 가장 취약한 업종이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며 “진대위의 주요 목적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보다는 병원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임상혁 진대위 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 주최로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임상혁 진대위 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 주최로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6

이어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서울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시 산하 전체 의료원으로 대상을 확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대위는 “고 서 간호사 사망 사건을 대응하던 중 의료원 측이 늑장보고를 했다”며 “또 고인의 명의를 도용해 일방적으로 퇴직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진대위는 고 서 간호사와 입사 동기 동료 간호사의 노동 상황을 비교해본 결과, 휴일은 적은 반면 일은 많아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봤다.

서 간호사가 지난 한 해 동안 총 근무할 일수가 총 217일, 야간 근무일은 총 83일이었다. 이는 동기 19명의 평균 총 근무 일수 212일, 평균 야간 근무일 76일보다 많은 셈이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명숙 인권운종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 주최로 열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명숙 인권운종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대위) 주최로 열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아울러 진대위는 고인이 원치 않는 부서이동과 그 과정에서 간부 및 상급자와의 반복적인 면담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또 새로 옮긴 간호행정 부서에서 서 간호사에게 책상, 컴퓨터, 캐비닛 등이 지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9개 분야와 20개 영역, 24개 과제로 나눠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진대위는 ▲서울시 사과와 책임 ▲서울의료원 인적 쇄신 ▲고인 예우 동료 심리치유 ▲서울의료원 조직개편 ▲간호 인력 노동환경 개선 ▲괴롭힘 고충 처리 개선 ▲서울시 제도개선 ▲권고안 이행점검 등을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진대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며 “서울의료원 경영진의 교체 및 징계와 더불어 간호 관리자 인사처분과 징계 권고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의료원에 간호 부원장제와 상임 감사제를 도입하고 간호사 야간 전담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간호사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이라며 “또 서울의료원 경영 전반 의혹에 대한 조사와 감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사결과 발표회가 끝난 후 ‘고 서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대위)’는 서울시청 앞에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수용 및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난 지 8개월이 지났고, 그 긴 시간 동안 유가족은 마음을 조리며 지켜봤다”며 “서 간호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서울의료원에서 이런 일이 재발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진대위 권고사항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양한웅 시대위 공동대표는 “시대위를 통해 형사고발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라며 “진대위가 오늘로만 국한되지 말고 한국간호사 태움문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대위)’가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수용 및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대위)’가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수용 및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6

서 간호자의 친동생인 서희철씨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봤듯이 집단 괴롭힘인 태움이 자료에서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며 “자료에 확실히 나타나는 만큼 간호 부장·팀장 등 책임자 처벌을 확실히 이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얼마나 억울했으면 병원사람 조문도 받지 말라고 했을지 너무 안타깝다”며 “1월 4일과 5일 사이에 서 간호사가 사망한 뒤 병원은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민대책위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할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대위 조사결과 발표를 들으면서 정말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구조·조직적 괴롭힘을 당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조차 안 간다”며 “진대위 권고안이 9개 분야, 20개 영역, 34개 과제인데 3개월 안에 시행하겠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행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월 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택에서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 말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돼 생전 근무했을 당시 태움을 당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시대위 주도로 지난 3월부터 서울시·1노조·2노조·유족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진대위가 꾸려져 조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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