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잃은 종교인 성범죄… ‘강간·추행’ 5년간 52% 증가했다
브레이크 잃은 종교인 성범죄… ‘강간·추행’ 5년간 5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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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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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종교인 성추문 의혹

개신교, 그루밍 성폭력에 취약

“하나님의 사랑이라 괜찮다”며

수십년간 여성 신도들 성폭행

교단,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불거진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성추문 의혹 등은 성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투(#Me Too)운동이 종교계로 확산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교계 내 성추문 논란은 갈수록 더욱 자주 불거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각 교단별로 성범죄 등 중범죄에 대해 처벌하는 확실한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교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인화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요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간·강제추행 피의자로 입건된 수는 11만 7000명이었다. 특히 전문직군 성범죄 피의자로는 ‘종교인’이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강간·강제추행죄로 입건된 종교인은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26명으로 무려 52% 증가했다.

종교적 권위 이용 ‘그루밍 성폭력’

교계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성직자들이 ‘그루밍’ 심리를 이용해 성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됐으며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개신교는 목회자가 평신도들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특성상 ‘그루밍 성폭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달 27일 여성 신도 7~9명을 수십 년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전북의 A목사는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성폭행·추행을 일삼았고,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는 신도들에게도 끝까지 접근해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조만간 A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는 “교회 내 성범죄 유형은 길들이기에 의한 그루밍 성폭력인 경우가 많다”며 “목사와 성도 간에 신뢰관계가 깊이 형성이 되면 목사를 아버지처럼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마치 영적 아버지로 느끼게 된다. 이를 목사가 악용해 성폭력이 발생하는 패턴이 많다”고 설명했다.

(출처: 기독교여성상담소 발행 '교회 성폭력 예방 지침서') ⓒ천지일보 2018.6.25
(출처: 기독교여성상담소 발행 '교회 성폭력 예방 지침서') ⓒ천지일보 2018.6.25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개신교 내부에선 교단이 소속 목사의 성폭력 범죄를 쉬쉬하며 감추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는 2016년 성추행 의혹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평양노회에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평양노회는 전 목사에게 공직정지 2년, 강도권 정지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전 목사의 성추행이 불거진 건 2009년, 무려 7년여 만에 나온 판결에 일각에선 ‘교단이 전 목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채 목사는 “교회 내 권력을 분담해서 목사 한명이 목회를 감당하는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목사의 목회 활동이 개인적으로 되지 않는 공동체적 신앙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단, 의지 갖고 가해목사 엄벌해야”

앞서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가 되자 각 교단은 지난해 부랴부랴 목회자 성폭력 방지 차원의 대책들을 쏟아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전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총회 차원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예장통합 총회는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를,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성폭력 상담센터를 개설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목사 성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해왔고, 소속 목사의 성범죄와 관련해 교단은 물론 지방 노회가 아예 모르고 있는 등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단독] 요양원 성폭력 의혹 목사, 알고보니 한국교회 대형교단 소속)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목회자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각 교단이 먼저 성폭력 가해 목사를 엄히 처벌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목사는 “가해 목사를 치리할 수 있는 권한은 실질적으로 노회와 교단에 있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다. 진정한 사과를 받긴 어렵더라도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교단 내 진상조사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확실한 단위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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