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천관산 억새-이대흠(1967 ~ )
[마음이 머무는 시] 천관산 억새-이대흠(196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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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 억새

 

이대흠(1967 ~  )

가을이 되면 천관산 억새는 날개를 편다

너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죄로
억새는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시평]

천관산은 전남 장흥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가을 10월 중순이면 천관산은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가을의 단풍만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는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한다. 특히 다도해의 풍광과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관산의 억새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장엄한 억새는 마치 천상을 향해 나르려고 마악 날개를 펴는 거대한 새와도 같다. 이내 천관산 모두를 이끌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태세로, 억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펴며 하늘을 향해 일렁인다. 그러나 그 날갯짓은 다만 날갯짓으로 머물고, 하늘로 날고 싶은 그 마음과 날아오를 수 없는 현실이 서로 부여안고 일렁이고 있을 뿐이다. 마치 떠날 수 없는 현실과 떠나야 하는 마음이 서로 부둥켜안고 몸부림하듯이. 그래서 천관산의 억새는 더욱 장관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바로 이와 같은 마음이 천관산 억새에는 담겨져 있기 때문에. 희디흰 꽃이 피워나는 이 가을, 이 꽃과 잎으로 인하여 너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죄로,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벌을, 그 벌의 아픔을 온몸으로 일렁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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