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가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가운데 유가족 중 故이성수 씨 부인 권영숙 씨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주기 추모행사 서울역광장서 진행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여러분이 계신 덕분에 이렇게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2주기를 맞은 2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선 세 명의 미망인 앞으로 故 이성수 열사의 아내 권영숙 씨가 마이크 앞에 바짝 다가섰다.

권 씨는 발언에 앞서 가장 먼저 회중에게 감사인사부터 전한 뒤 덤덤하게 그간의 안부를 전했다. 인사는 짧았다, 1주기 이후 처음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것 치고는.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는 그간 외로운 투쟁을 하면서 쏟아냈을 눈물의 무게가 함께 실렸다.

▲ 권영숙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항상 제 곁에 있던 두 아들이 2년 새 모두 군대에 갔어요. 집안 곳곳에 남자들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 많은데…. 제 주위에 남자들이 다 없네요.”

권 씨의 뒤에 선 미망인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추위에 뿌옇게 가려지는 입김 사이에는 서슬 퍼런 까만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2년 전에도 미망인들은 이렇게 나란히 선 적이 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20일 새벽. 강제 철거를 반대하며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남일당 옥상에 올라선 5명의 농성자가 경찰과 대치하던 도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에 휩싸여 사망했다.

그리고 다음날 유가족의 허락도 없이 부검된 고인의 시신이 공개됐다. 당시 그렇게 5명의 미망인이 오열하며 섰다.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삽시간에 시커먼 잿더미로 돌아온 시체를 본 미망인들은 아연실색했다. 미망인들은 하나같이 “사태의 진상을 은폐하는 것도 모자라 고인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하며, 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을 따져 묻겠다는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투쟁을 통해 권리를 찾는 걸음은 더뎠다. 유가족은 서울시․경찰과 책임 소재를 따지며 대립, 그해 말인 2009년 12월이 돼서야 보상합의안을 받아냈다. 고인의 장례는 세상을 떠난 지 355일 만인 다음해 1월 9일에 국민장으로 치렀다.

유가족은 아직도 참사 원인과 책임자 처벌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 용산참사 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경찰청장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경찰을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 등 7명에게는 징역 4∼5년의 실형이 선고된 사실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정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권영숙 씨의 발언에 뒤이어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관계자의 발언이 계속됐다. 관계자는 “재개발 정책을 막지 않는 이상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철거민 탄압 실태를 규탄하고 재개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미망인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발언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미망인 뒤로 “힘내세요”라는 짧고 굵은 군중의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빈 무대 위에 남은 영정 사진 앞 촛불이 대한(大寒)의 맹렬한 추위 앞에 강하게 흔들렸다.

▲ 추모문화제를 위해 마련된 분향소. (왼쪽부터) 고(故)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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