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7.2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7.2

삼성, 국산화 대체로 ‘탈일본’ 나서

백색국가 제외 품목 중 일부일 뿐

공급처 ‘日→中’… 해외 의존 여전

14일 산업부, 백색국가서 日 제외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품목이 1000가지가 넘습니다. 그중에는 절대적으로 대체가 안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불화수소 국산화는 불화수소 부분만 숨통이 트이는 거지 반도체 장비 자체를 일본에서 수입해 오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시 최대 이슈로 부상했던 ‘불화수소 국산화’가 시작된 가운데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5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불화수소에 대한 국산화 성공은 좋은 소식이지만 불화수소는 백색국가 제외 품목 중 일부일 뿐 여전히 국내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최 교수는 모든 분야에서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본과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대책 없다. 단기간에 개발해서 국산화할 수 있었으면 왜 지금까지 안 했었겠느냐”며 “소재에 강한나라는 소재를 만들고 조립에 강한 나라는 조립을 해야지 국제 분업화 시대에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일부 공정에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대신 국내 업체가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로 대체해 ‘탈일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도가 낮은 공정부터 국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투입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도 국내 업체 솔브레인이 중국산 원료(무수불산)로 만든 불화수소를 공정에 투입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도 대체품을 양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회로나 패널을 식각하거나 세정 작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또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한 핵심 소재 품목 중 하나다.

이번 불화수소 국산화를 통해 숨통은 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화수소의 원재료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받아 공급처가 일본에서 중국으로만 바뀐 것이지 여전히 해외 의존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앞서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피해를 준 바 있어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또다시 일본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포토레지스트를 제외한 핵심 소재나 부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2조원 이상을 투입하므로 일본뿐 아니라 해외 의존도까지 축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 시켰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근거 없는 자의적 보복조치라며 항의했으며 산업부는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맞섰다. 이 같은 상황에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4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가’ ‘나’로 분류된 기존 수출지역을 ‘가-1’ ‘가-2’ ‘나’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에서 가-2로 분류했다. 정부는 의견 접수가 마감된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법적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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