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청문법, 재송부 기간은 대통령 권한”

조국 기자간담회엔 “與준비한 각본의 결과물”

“한국당, 여론전에 치중하는 등 전략적 실패”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후보자 사퇴 쪽으로 여론이 모아졌음에도 나 원내대표가 청문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전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3일 진행된 천지TV의 보이는 라디오 ‘박상병의 이슈펀치’에선 관련 현안을 다루면서 나 원내대표의 패착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청문회 당일인 지난 2일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삼는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할테니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해 법대로 인사청문회를 하자”며 “오늘부터 5일 후 인사청문회를 할 수 있다”고 번복하면서 또 다른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수용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 합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나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 청문 절차에 대한 협상과정에서 핵심 증인을 빼주는 대신 청문 일정을 늦추면서 추석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꼼수를 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증인들”이라면서 “(조 후보자의) 딸은 안 된다 하더라도 부인과 동생은 나와야 한다. (이분들을) 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 기간과 관련해서도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청문회법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내를 기한으로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므로, 이 기한까지 청문절차를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와 달리 민주당과 청와대는 청문회법상 재송부 요청 규정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청문절차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므로, 애초부터 이를 지키지 못할 것을 가정하고 협상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송부 기간은 국회 권한이지만, 재송부 기간은 대통령 권한”이라며 “국회에서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도 청문회법 규정을 언급하면서 “한국당의 해석은 삼권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2일 오후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대해선 이 교수는 한국당이 여당의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실 국민청문회(기자간담회)를 하겠다는 얘기는 2주 전부터 나왔다”면서 “당시 한국당은 여당이 청문회를 열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만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당시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감지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사실상 청문회가 물 건너 가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었고, 2일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를 박차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후 1시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며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해온 각본의 결과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 전에 자기 입장을 말한다는 것은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에 파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걸 감안하고서 갑작스럽게 국민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당은 한국당이 어떤 액션을 취하든 빌미를 갖게 된다면 국민청문회를 해서 치고나가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있었고 거기에 한국당은 말려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대여 협상보단 여론전에 치중했다는 등 전략적 실패가 있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과한 자신감이 패착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나 원내대표가 청문회 일정이 빠듯함에도 부산 장외집회에 참석해 여론전에 나선 것을 두고 박 교수는 “다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사청문회, 즉 국회를 지켜야 할 당사자가 부산에 내려가 장외집회에 참석했다”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행보가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쇠를 달군 김에 호미라도 만들어야 되겠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여러 가지 플랜이 있었겠지만,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오히려 더 급하다고 본 것 같다”고 두둔했다.

이어 “실제 검찰 압수수색이 있고난 후 여론이 대거 돌아섰다. 핀치에 몰린 것이 여당이고 조 후보자였다”면서 “(나 원내대표는) 이미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 된 조 후보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여당이 강제적으로 국민청문회를 시도하면 국민 여론이 더욱 돌아설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너무 안일했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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