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2일 개회됐다. 오는 12월 10일까지 100일간 일정으로 운영되는 이번 정기국회는 가시밭길이 예상돼 험로의 국회가 될 우려가 높다. 대체적으로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정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다음 총선을 의식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상반기에 여러 차례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산적한 민생법안의 처리에서는 별 성과가 없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고수하느라 식물국회에다가 몸싸움으로 얼룩진 동물국회 행태까지 보여줬으니 역대국회 중 최악이라고 평가를 받은 20대국회 모습이다.

국회가 입법부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한편, 국민생활이 향상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도록 민생법안을 만드는 기본 사명에 충실해야하나, 20대 의원들은 자신의 이익과 정당이기주의에 휩싸여 올 상반기를 맹탕국회로 만들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안은 2만 2479건이나 이 가운데 처리된 의안은 6867건뿐이다. 세계에서 높은 세비를 받으면서 의안 처리는 꼴찌 수준이니 국민들에게 지탄받고 정치권부터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야가 성난 민심에도 아랑곳없으니 국민 허탈심만 늘어날 뿐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률안, 예산안 처리에서 여야 간 충돌은 뻔해 보인다. 개회 전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져 정국을 달구고 있는 ‘조국 사태’로 생산적인 국회, 합의정신이 충만한 국회상에 어두운 먹구름이 깔린 상태다. 더욱이 한국당의 극렬 반대 속에서 ‘패스트 트랙’을 탄 선거법개정안과 역대 최대 규모인 513조원대의 2020 정부예산안에 대한 심사․의결은 정기국회 내내 원만한 합의가 아니라 비정상 국회운영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악화된 경제상황과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이다. 국가․사회의 계층간 갈등 요소가 커지고 국민생활이 피팍해질수록 정치권이 모범을 보여 사태를 수습해야하는 게 정치권의 도리거늘 여야는 지금까지 누려온 구태정치의 표본,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 정당 의회민주주의관과 민의에 충실한 합의정신으로 의정에 적극 임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첨예한 대립 구도로 개문휴면(開門休眠)하거나 입씨름만 벌이면서 식물국회, 동물국회 양상을 재현한다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되고 국민 마음에서 ‘있으나마나’ 한 국회상으로 각인될 것임은 뻔한 일이다. 역대 최악의 20대국회가 정기국회 초기부터 파탄국회의 조짐이 보이니 국회에 거는 국민기대는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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