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천지일보DB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지일보DB

고령화로 충당부채 증가 탓

공단 “계획된 범위 내 변동”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에 ‘적색 신호’가 켜졌다.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자체 추산 결과, 중장기적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지면서 부채비율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재정 상태는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일 건보공단의 ‘2019~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자산은 올해 30조 90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29조 300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는 현금과 금융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부채는 올해 13조 20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16조 7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의료기관 등에서 청구한 보험급여비가 증가하면서 ‘충당부채’가 늘어나는 탓이다. 충당부채란 실제 현금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향후 지출될 금액을 반영한 부채를 의미한다.

건보공단에서는 재정지출 원인(진료)이 생겼으나 연도 말까지 현금지급(보험급여비 청구·지급)이 안 된 경우, 미래에 지급할 보험급여비를 추정해 결산 회계자료에 충당부채로 반영한다.

건보공단의 자산이 줄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은 올해 74.2%에서 오는 2020년 91.9%, 2021년에는 102%, 2022년 119.9%, 2023년 132.9%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장기 재무전망 결과, 부채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 건보공단은 급격한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꼽았다.

건보공단은 지난 7년 동안(2011~2017년)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해오면서 현재 20조원의 적립금(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조원의 적립금을 건강 보장성(혜택) 확대에 사용해야 한다는 국민의 지속적 요구에 따라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평균 3.2%)과 정부지원금 확대하고, 적립금 중 일부를 사용한 보장성 확대 정책을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 중이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정책에 따라 적립금을 활용해 보장성을 확대하게 되면서 건보 자산이 감소하고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건보공단 재정 감소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기존 적립자산 20조원을 헐고 그 비용을 사용하고 적자가 늘어나면서 재무회계상 겉으로 나타나는 ‘계획된 적자’라는 것이다.

이런 부채비율 증가는 어디까지나 ‘계획된 범위 내의 변동’이고, 특히나 건보공단의 부채는 현금 흐름으로는 실제 지출과는 무관한 ‘충당부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무위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분석이다.

또한 건보공단은 적립금 사용에 따른 부채 증가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건보 보장성 확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결국엔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2023년 이후에도 수입기반 확대 및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1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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