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로마신조’서 유래한 개신교인들 신앙 고백문
총신대 이재서 총장, 사도신경 필요성 강조
“사도신경적 신앙 지키는 것이 보수의 의미”
침례교 “안 하면 이단? 성경을 기준 삼아야”

2천년 전 예수, ‘빌라도’에게 고난 받았다고?
성경에 제자들 증거 유심히 살펴보니 ‘정반대’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요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기독교인들이 사회를 포용하고 수용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사도신경적 신앙고백이다. 이걸 양보하는 순간, 기독교는 그저 세상 철학 중 하나가 돼 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사도신경적 신앙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발언은 취임한 지 약 3개월을 맞은 제7대 총신대 이재서(66세) 총장이 최근 보수 개신교 매체인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한 내용의 일부다.

사도신경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이 총장은 “사도신경에는 기독교가 존재하는 본질 즉 구세주시며 동정녀에게서 나신 예수 그리스도, 그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 그리고 천국과 지옥의 신앙이 담겨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의 말대로 기성교단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예배 도중 사도들의 신앙고백이라고 하는 ‘사도신경(使徒信經)’을 합송한다. 그렇다면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사도신경’이 과연 성경에도 나와 있을까? 천지일보가 팩트체크를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도신경은 주기도문(마 6:9~13)과 달리 성경에 나와 있지 않다. 이는 ‘로마신조’에서 유래한 개신교인들의 신앙 고백문에 불과하다.

또한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는 등의 대목이 빌라도와 당시 이 모습을 본 제자의 증거가 정반대되므로 왜곡됐다는 평가가 수차례 제기돼 개신교계에서는 여전히 성경과 맞는지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침례교 같은 경우는 전통적 신조주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고 기본적으로 성경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신경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

반면 사도신경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이단으로 규정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도 있다. 이에 대해 청주성경침례교회 신영열 목사는 2017년 10월 21일자 유튜브에서 “수많은 사람이 사도신경을 하지 않는 교회를 이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사도신경은 일반 교회에서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 목사는 “그러나 당시 초대교회는 사도신경을 한 적이 없고, 성경에서도 사도신경이 나오지 않아 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며 “사도신경은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전승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짧게는 1500년 길게는 1900년이 가깝도록 거의 모든 개신교인에게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를 고난 받게 하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은 악독한 로마 총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예수 당시 사건을 기록한 신약성경 사복음서 등 성경 여러 곳에서는 빌라도가 예수에게서 죄를 찾을 수 없다며 손을 세 번이나 씻고, 그를 놓아주려 애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가 저를 데려다가 너희 법대로 재판하라 유대인들이 가로되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권이 없나이다(요 18:31)’

‘빌라도가 가로되 진리가 무엇이냐 하더라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대인들에게 나가서 이르되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요 18:38)’

‘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저희에게 말하되 저희는 소리질러 가로되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한 대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저희의 소리가 이긴지라(눅 23:20~23)’

‘빌라도가 아무 효험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백성이 다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찌어다 하거늘(마 27:24~25)’

‘총독이 재판 자리에 앉았을 때에 그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가로되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시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을 인하여 애를 많이 썼나이다 하더라(마 27:19)’

사도신경을 외울 때마다 개신교인들은 마치 빌라도가 예수를 죽게 한 장본인인 것처럼 생각했겠지만, 성경을 보면 그리스도인들은 알게 모르게 예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본디오 빌라도에게 전부 떠넘기고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도신경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사도신경은 그리스도교도가 믿어야 할 기본적인 교의(敎義)를 간결하게 요약한 사도신조(使徒信條)라고도 하는데, 이 명칭은 예수의 12제자(사도)가 각기 1구절씩 만들었다는 전승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이는 AD 4세기의 루피너스(Rufinus)가 ‘사도신조 주석’을 쓰면서 주장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G.C. 스테드 교수는 ‘해제시대(The Expository Times)’에서 “초기 그리스도인의 문헌을 광범위하게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가지 색다른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에 사도들이 공식적으로 작성하고 승인한 하나의 신경이 존재했다면, 초기 교회들 사이에 왜 그렇게도 심히 다양한 ‘신앙 고백문’ 및 ‘신앙 선언문’들이 존재해 있었는지 설명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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