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창간10주년 기획] 논란 그 후(4) 식사·선물 풍속 바꾼 ‘김영란법’… 아직은 ‘반쪽짜리’
[천지일보 창간10주년 기획] 논란 그 후(4) 식사·선물 풍속 바꾼 ‘김영란법’… 아직은 ‘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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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한가위 명절선물전 & 소금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영란선물 특별관’에 전시된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영란선물 특별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과 명절선물 구매에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들로 구성됐다. ⓒ천지일보DB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한가위 명절선물전 & 소금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영란선물 특별관’에 전시된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영란선물 특별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과 명절선물 구매에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들로 구성됐다. ⓒ천지일보DB

부정청탁·금품수수 방지 취지

‘3만원 제한’ 식사메뉴 생기는 등

공직 관행 바꾸는 데 큰 역할

‘이해충돌방지’ 빠지며 효과 제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1. A기자와 B변호사는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을 들렀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계산하기 위해 영수증을 집어 들었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정확히 2만 9000원. 이 식당에서 제일 싼 메뉴였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제정된 후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생긴 절묘한 가격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를 뿌리 뽑고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방지법 또는 김영란법)’이 2015년 3월 제정됐다.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이 법을 제안해 지금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 법의 핵심은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등이다. 앞서 말한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이라도 받는 순간 해당 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나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에선 예외를 뒀다.

바로 이것이 먼저 A기자의 사례로 소개한 경우다. 법에 따라 음식물은 3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경조사비는 5만원, 화환 등으로 대신한 경조사비는 10만원, 금품과 음식물을 제외한 일반적 선물은 5만원이 기준이 됐다. 하지만 도중에 개정이 되면서 화훼 등을 포함한 농수축산물에 대해선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단순 공직자뿐 아니라 사립학교와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 법의 대상이 됐다. 이에 반발해 기자협회 등에서는 헌법소원도 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법이 정상 시행되게 됐다.

김영란 밥상. ⓒ천지일보DB
김영란 밥상. ⓒ천지일보DB

우여곡절 끝에 김영란법이 공포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앞선 사례처럼 청탁금지법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많이 찾는 식당들은 법에 맞게 가격을 조정했다.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의 구성도 바뀌었다.

정치권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감지됐다. 국회 의원회관 현관에는 명절만 되면 수북이 선물 박스가 쌓였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이 같은 모습은 더는 볼 수 없었다. 개별 의원실로 배달되던 선물도 잇따른 수령 거부로 반송 사태가 이어졌다.

이런 김영란법도 ‘반쪽짜리법’이란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애초 김 전 대법관이 의도했던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논의 과정에서 쏙 빠졌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자신의 사적 이해와 공적 업무가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한 것이 이해충돌방지 조항이다. 활동에 큰 제약을 우려한 국회의원들이 해당 조항을 삭제하면서 관련 내용은 이대로 묻히는 듯했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지난 1월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손 의원이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부동산 구매에 이용했다는 주장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를 계기로 다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고, 지난달 19일 권익위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 예고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해충돌방지법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개발 정보를 가장 잘 알 수 있고, 관련 기관 보고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역 개발을 추진한다면서 사익까지 챙기면 어떻게 되겠나”며 “개별 공직자 나아가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깨진다. 이를 막고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운신의 폭을 좁힐지도 모르는 법을 의원들 손으로 통과시킬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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