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센터. ⓒ천지일보DB
응급의료센터. ⓒ천지일보DB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 현상

“환자 분류체계법 개선해야”

“고령환자 급증, 대책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11년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는 석해균 선장이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 이후 중증외상 분야가 주목을 받았고, 더 나아가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응급실은 만성적인 과밀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응급환자 분류에 대한 법·제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3월 응급의료체계의 주요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현장·이송 단계 ▲응급실 단계 ▲전문진료 단계 ▲응급의료 기반 등 크게 4가지 실무 분과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살펴보면 현장·이송 단계에선 신속한 응급조치가 가능한 생활환경 조성, 고품질 응급 상담·신고서비스 제공, 119구급대 적정 병원 이송률 제고, 항공을 통한 이송격차 해소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진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가 올해 5월 ‘응급환자의 범위에 관한 합리적 기준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환자가 몰리는 응급실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응급의료체계는 응급의료서비스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환자 이송과 더불어 전문적인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응급실이 ‘만원’인 경우가 허다해 즉각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는 이 같은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상급 종합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데 원인이 있으며 따라서 모든 병원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환자 제한 정책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결과, 대학병원 응급실은 병상이 모자라 대기 인원까지 발생했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곳은 응급실이 텅텅 비어있었다”면서 “응급실 과밀화하니 이를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응급실이 과밀하지 않은 병원이 환자를 받는 데 제한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정부가 응급실 문턱을 높이겠다고 응급의료 대상이 아닌 이들에게 5만원 정도의 응급의료관리비를 환자 본인이 내도록 한 것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응급환자 분류 체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의사가 환자를 응급과 비응급으로 나눠 치료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 정 이사의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도 응급실 과밀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면서 2029년까지 연평균 48만명씩 고령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령환자가 상태가 나빠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며 “환자가 고령이라 건강상 문제가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에 투입되는 자원도 많다. 또 중환자실도 많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노인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데 비해 자원은 한정된 상태로 고정되다보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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