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

“8월말 9월 중순 사이… 美 추측일뿐”

“김정은 결단 있어야 실무협상 가능해”

“北美 관계에서 한국역할 사실상 없어”
 

“4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높지 않아”

북한카드 美대선에 영향… “의미 없다”

지소미아 파기엔 “한미관계 영향 우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이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에도 맞대응 대신 달래기에 나서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협상 재개 시기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무력시위와 함께 연일 대남 비난 성명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 압박에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북한의 대남 압박 기조가 이어질 경우 북미관계 진전을 통해 남북관계 ‘선순환’을 이어가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로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한편으로는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지는 지난 19일 대미 전문가인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원을 만나 관련 현안을 짚어보고 우리 정부의 역할과 북미관계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봤다.

- 최근 김현종 차장과 비건 대표의 발언 등을 보면 북미 간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것 같다.

김현종 차장의 북미협상 재개 관련 발언은 근거 없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정도의 말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측은 지난 10월 판문점 깜짝회동 이후 어디서든 언제라도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도 원칙적인 얘기지 그것이 현재 상황에 있어 어떤 진전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니라고 본다.

-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북미 협상 재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언제쯤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판문점회동 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수주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수주는 이미 지나간 상황이다. 미국의 생각은 리용호 외무상이 이달(9월 17일)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폼페이오를 만나게 되면 판문점회동 때 약속한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적어도 유엔총회 이전에 북한이 한차례 정도 실무협상에 대한 접촉을 해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한미연한훈련 이후 유엔총회 이전, 즉 8월 말 9월 중순 사이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의 추측일 뿐 북한이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북한은 실무협상 준비 자체가 안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 북한이 협상 준비가 안됐다고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하노이회담 당시 김혁철 대표가 아무런 권한 없이 비건 특별대표와 협상에 임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실무협상에 나서는 당사자가 비핵화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 틀에서 실무협상이 가능한데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관련 어떤 근거도 없다. 북한 실무협상단은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목표 설정조차 되지 않은 것 같다. 협상 내용을 모르는데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

-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은 어느 선까지를 말하나?

지난 2005년 9.19 합의 때처럼 김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등 제반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것, 즉 비핵화 관련한 로드맵 등 트럼프 대통령과 최종적인 상태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이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우선 그것(합의)이 돼야 실무협상단이 최종적인 목표로 가는 과정을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

- 북한이 최근 친서외교로 미국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면서 남한을 향해서는 잇단 무력시위와 비난을 하고 있다. 그 의도를 어떻게 보나?

먼저 북한이 우리 정부에 원했던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의 협상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미협상 과정에서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또 하나는 실질적으로 작년 9월에 얘기했던 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작년 9월 이후 그간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민족 간의 납북경협 약속한 것을 지켜라’라는 게 주된 논조인데 우리 정부는 사실상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의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북한도 그렇게 본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무력시위도 같은 맥락으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무력시위가) 북한 무기체계 구축의 연장선일 수 있지만, 큰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기 능력을 과시한 것은 본격 실무협상에 들어갔을 때 협상 재료로 사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 북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우리 정부가 북미 간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정치적인 노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레버리지(지렛대)가 우리한테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없는 것 같다. 현재 북미 간 상황을 개선시킬 만한 수단, 즉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사실상 없다.

- 향후 북미 양 정상이 만날 가능성 등 북미관계를 전망해본다면?

당분간은 현재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측 간 실무협상을 할 것 같기는 하다. 다만 판문점회동을 3차 회담이라고 명명했을 때 앞으로 있을 실무협상이 4차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만남을 제안할 수 있겠지만, 예상컨대 큰 진전이라고 할 만한 결과물이 실무협상에서 도출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4차 회담을 할 만한 실익이 없다. 북한도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무협상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양측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성과물을 내기는 어렵다. 4차 회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 내년 미 대선의 변수로 북한카드가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느냐?

북한 문제가 미국 선거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면 그 유일한 것은 북한이 미국을 폭격하는 것 정도다. 북미 간 협상이 미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고 한들 그것이 미국의 유권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아무 의미 없다. 결국 하노이회담 당시 북한이 원했던 것을 주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사실 지소미아는 한일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력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측에 권했던 사안이다. 오히려 미국과의 문제라는 측면이 훨씬 강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고민 끝에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작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라든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문제 등에서도 한국 입장에 반해 훨씬 까다롭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한미 관계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서 우려가 크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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