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시작할 때 마음 변치 않으려 애쓴 천지일보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 마음은 언론의 사명이자 정신인 ‘중도(中道)’를 말한다. 애매모호한 가운데 길(중간 입장)이 중도의 길이 아닌 어느 쪽이든 맞는 길, 진실의 길, 정의의 길을 의미한다. 따라서 때론 색깔이 분명치 않다는 오해도 받는다. 그 오해는 치우치지 않은 올곧은 길을 걷는 쪽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오늘도 중도의 정신으로 중도의 그 길을 걷고자 한다. 요즘 온 나라를 혼돈과 분열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두 가지의 국내 이슈가 있다면 ‘조국’과 ‘지소미아’다. 역시 이 두 사안에 대해 치우치지 않은 중도를 말하고 싶다. 물론 자기 진영을 대변하는 글이 아니라면 역시 핍박해 올 것을 각오하고 쓰는 글이다.

먼저 조국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가는 그 길이 과연 진실과 정의의 길이며, 나아가 조국과 국민을 위한 길인지를 말이다. 이 물음에 냉정히 가슴에 손을 얹고 먼저 고민부터 해 보길 바란다. 반대가 심하면 머리를 숙이고, 책동과 선동으로 지지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고개를 빳빳이 드는 몰지각한 사람이 되지 말고 말이다. 그래도 내가 가는 길이 정의와 진실과 공평의 길이라 여겨진다면 가도 좋다.

적어도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며 남의 말과 분위기에 옮겨 타지 않는다. 정의는 불변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시류와 상황과 사정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은 과거의 정치인과는 구별된다. 왜냐 적폐청산을 앞세워 정의사회를 구현코자 가장 목소리를 높여 왔고 또 정권 창출을 했기 때문이다. 정의와 진실, 나아가 공평 등이 그야말로 정의롭기 위해선 그 밑바탕에 ‘도덕’이라는 덕목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요즘 조국사태를 놓고 본인이든 그 누구든 위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며, 자기가 만들고 자신들이 일궜다고 하는 세상이 무슨 세상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이다. 

차라리 조국이 위법이나 불법을 저질렀다면 어쩌면 국민들이 용서할지 모른다. 왜! 누구나 실수가 있고 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운 지식과 쌓아온 인맥을 동원해 교묘히 편법을 쓰고 표리부동한 행동으로 국민들을 한없이 기만해 왔다면 정의라는 두 글자를 심대하게 모독한 것이다. 그리고 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법치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 곧 법무부장관이라는 공직자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자세다. 책동과 선동 즉, 여론몰이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엿보려는 비겁한 움직임을 국민들은 이미 엿보았다. 임명은 가능하겠지만 임명 후 이 나라와 국민들이 또다시 몸서리치게 겪어야 할 진영싸움을 어찌 감당하라는 것인가. 과연 이 나라 대한민국은 온갖 소란을 예단하면서도 조국 외엔 대안이 없는 그렇게 허약한 나라란 말인가. 이 물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지소미아다. 지소미아 종료를 찬성하면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이고 친일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기득권 세력은 과거 연좌제를 반대했고, 과거 독재정권을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던 그 시대를 비난해 왔다. 작금의 벌어지는 시대착오적 분위기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필자는 현 정부에 개념부터 잡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현재 정권을 잡은 정부에 대해 자타가 진보진영이라 한다. 보수는 헌법과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쇄국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여지를 가진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반해 진보는 더 적극적인 외교와 문화 증진을 위해 교류하며 나라의 발전을 꾀하는 데 그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현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이 두 개의 가치가 서로 뒤바뀐 채 서로 죽이기만을 힘쓰고 있는 것이다. 즉,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하는 것은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이익집단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염려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진정어린 염려가 앞서 있다는 점을 왜 모른단 말인가. 그들은 오히려 더 일제 만행에 대해 분노하고 있을지 모른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반대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을 모독하지 말고 시험하지 말라. 정부 여당 지지율이 급감하고 있는데 야당 또한 동반 하락하고 있다면 국민의 살아있는 의식을 두려워해야 하고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또 시대착오적 사고와 발언으로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못난 정당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통치자는 국민을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선 안 된다. 통치자는 국민을 이기려고 해선 안 된다.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국민을 이기려고 했고 무시한 결과가 어떠했는지 보고도 모른단 말인가.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교만한 생각, 지금의 백성들은 나를 그들과는 다르게 생각할 거야 하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때부터 불행은 시작된 줄 알아야 한다. 

창간 10주년, 앞으로 더욱 더 질긴 생명력으로 올곧은 언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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