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우리나라 굴지의 포털업체인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시에 건립을 추진하던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이 철회됐다. 당초 네이버는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총 5400억원을 들여 약 13만 2000㎡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것은 네이버가 2017년 6월에 완공하여 현재 가동중인 춘천데이터센터(‘각’)보다 2배 이상이 되는 규모로, 빅데이터 중심의 IT경제에 대비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 온 것이었다. 

네이버는 2017년 9월 용인시에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투자의향서(MOU)를 제출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설치 예정지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과 공세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강력한 건립 반대에 밀려 사업 추진이 중단되었다.

이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특고압 변전 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시설, 냉각탑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인근 주민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건립 반대운동을 지속해 왔다. 이 같은 반대운동은 본인들의 거주공간 주변에 공공 혐오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과 공공시설 설치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거주지 인근의 특고압으로 인한 과다한 전자파 노출로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 측 자체 환경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수준은 일반 가정집보다 낮은 1mG(밀리가우스)로 측정돼 전혀 인체에 무해하다는 자료와, 그럼에도 전자파 노출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송전선을 아예 지하로 건설하는 지중화 방안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자 건립을 중단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주민들을 합리적 자료를 토대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을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고 명쾌하게 해소시키지 못한 네이버 측도 문제이지만, 막연한 공포만을 가지고 최첨단 미래 먹거리 시설의 건립을 막은 인근지역 주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두 이해 당사자간 현명한 중재역할을 하지 못한 용인시, 기흥구청 등 관계당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측이 해당 지역에 센터 공사계획을 발표한 지 2년 가까이 그 동안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 주민들과 소통이 거의 이루어 지지 않았으며, 이 같은 결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클라우드 센터 건립을 통해 막대한 세금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용인시는 네이버측의 포기로 아쉬움을 토로하며, 용인시 지역내의 타 지역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부산, 인천 등 대도시는 물론, 경기도 파주, 안양 등 여러 지방 자치단체들도 용인지역에서 설치가 무산된 본 클라우드 센터를 유치코자 연일 네이버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서 지역 IT산업 활성화, 4차산업혁명 도시로의 이미지 제고, 고용확대, 관광객 유치, 막대한 세수 확보 등의 다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대용량 컴퓨터)와 데이터 저장장치 등 전산장비를 운용하는 시설로 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조 145억원이며, 전체 규모의 약 67%를 외국계 업체에서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 모델별로 보면 서버 등 하드웨어만을 제공하는 IaaS는 미국 아마존의 AWS가 51%를, 서버와 개발툴을 제공하는 Paa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저가 18%, AWS가 13%, 오라클이 10%를 장악하고 있다. 모두 미국의 세계적 IT업체들이다. 이 같은 글로벌 공룡 IT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케이티 등 업체 단독의 노력으로는 매우 힘겨운 상황이다. 자국 보호주의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작금의 세계 경제상황에서 거대 외국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용인시 등 관계기관의 미숙한 역할이 더욱 아쉬운 건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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