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왼쪽)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출처: 연합뉴스)
최선희(왼쪽)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출처: 연합뉴스)

北 “미국과의 대화 기대 점점 사라져”

“‘트럼프 지지율’ 실무협상 시기 영향”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과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장외 여론전을 통해 기싸움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31일 대미협상 실무 총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최근 미국 상층부에서 우리를 걸고 드는 심상치 않은 발언들이 연이어 튀어나오고 있다. 27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북조선의 불량행동이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비이성적인 발언을 해 우리를 또다시 자극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희망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불량행동이 좌시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현장에서 지도하고, 체제 우수성을 선전하는 데 사용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불량행동’으로 규정한 것.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제재를 가장 큰 지렛대로 삼고 협상에 임해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외무상 담화’로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실무협상 재개에 앞서 힘겨루기를 하는 것 이상으로 볼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선희 제1부상의 발언은 실무협상을 지연하기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발언을 트집 잡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조건의 협상안이 온다면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했다. 대화의 판은 깨지 않고 보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트집삼아 북미 대화를 거절하려는 입장이란 것.

김영준 국방대 교수도 최 제1부상의 담화를 북미 협상을 위한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 내부적으로 비핵화를 쉽게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 있어,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이득을 더 많이 취하기 위해 미국에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지지율이 박빙이 될수록 연말 전에 북미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트럼프 지지율이 좋으면 좀 더 협상 시기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율’이 실무협상 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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