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 DB

29일 대법 ‘국정농단’ 상고심

“삼성 승계작업 현안 있다”

‘묵시적 청탁’ 존재도 인정

이 부회장 뇌물액 86억여원

횡령액 50억 넘어 실형 위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법원이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최서원)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면서 이 부회장의 재수감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을 파기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말 3필’과 ‘삼성의 승계작업 현안’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최씨에게 준 말 3필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최씨에게 말을 넘기면서 국제승마연맹 말 패스포트 마주(馬主)란에 삼성전자 이름을 넣었다. 마필 위탁관리계약서 작성도 최씨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 같은 요구에 화를 냈다. “윗선에서 삼성이 말을 다 사주기로 했는데 왜 삼성 명의로 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2015년 11월 15일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결정하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2.5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2.5

바로 이 같은 정황이 말들의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증거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최씨가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삼성 역시 최씨의 반응에서 이 같은 의사를 알았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 요구를 받은 삼성은 신속하게 승마지원을 진행했다”며 “이 부회장 등으로선 최씨가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 관심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경위로 이 부회장 등이 최씨로부터 말 소유권을 갖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양측 사이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말 3필이 뇌물로 인정되면서 원심이 파기됐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의 승계작업 현안도 실재했다고 인정했다.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영재센터 지원이 승계작업 도움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씨에 대한 2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씨에 대한 2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대법원은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며 “이런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작업에 관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묵시적 청탁’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며 “대통령은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이 부회장 등의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말 3마리 구입액 34억여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 추가된 50억여원에 기존에 인정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까지 86억여원에 이른다. 이 같은 뇌물은 삼성의 회삿돈에서 지출된 것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죄가 적용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문제는 이 법에서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점이다. 앞서 2심에서의 집행유예는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책정됐기에 가능했다. 징역 3년 이하라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 측이 기댈 부분은 대법원 판결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점이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다수 의견이 말 3마리가 뇌물이라는 근거로 삼은 최씨의 반응 등이 정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상참작 사유 등을 고려해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는 ‘작량감경’도 기대볼 경우의 수다. 형법상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절반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50억원 이상의 횡령액이 5년 이상의 징역인 만큼 징역 2년 6개월까지 감경을 바랄 수도 있다. 이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해 다시 수감되는 아픔을 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변호인인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변호사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면서도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사용을 뇌물로 인정해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마필에 관해서는 별개 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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