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29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끝에 처리했다. 주요 내용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비록 반쪽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연동형 비례제’라고 하는 다소 낯선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연동형 비례제’는 의회정치 활성화와 정당 간의 경쟁체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왔던 대안적 과제였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각 정당 간 유불리가 클 것이기 때문에 특히 가장 불리하다고 판단한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처음부터 예상이 됐었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협상이 지금까지 이렇게 발목이 잡히거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실은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오죽했으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웠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의 거친 반대와 발목잡기는 29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다시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고 거친 행동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4월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표출됐던 몸싸움은 재연되지 않았다. 당시 국회를 폭력으로 물들였던 국회의원들 다수가 지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현실이 작용됐다는 생각이다. 자칫 폭력으로 막았다가는 내년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할 수 있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날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내년 총선의 선거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8월 말에 의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다음 단계인 법사위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작정 반대만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한 셈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타협 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굳이 패스트트랙에 태울 필요가 없었다. 타협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도입한 것이 바로 패스트트랙 제도가 아닌가.

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패스트트랙 중간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여야4당이 모처럼만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야4당이 당초 합의한 대로 정치개혁의 일보 전진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꺾어선 안 된다. 부디 이번만큼은 각 정당의 당리당략보다 국민의 상식이 승리하는 결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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