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작은 한옥-양부식
[마음이 머무는 시] 작은 한옥-양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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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옥

양부식

동네 언덕길에
내려앉은 작은 한옥
곧게 뻗은 용마루
날렵한 처마선 묶어 머리를 올렸다.

흑 백 아담한 서까래 따라
곧은 기둥 사이사이

야무지게 창호를 만들고
이어놓은 쪽마루가 살갑다.
흰 돌담 반을 덮은 거뭇한 감나무에
주홍 감이 주렁주렁
한 뼘 화단, 장독 두어 개

바람이 왔다 간다고 풍경이 전하니
달이 드다보고 갑니다.

[시평]

처서(處暑)가 지나니, 아침저녁의 기운이 다르다. 참으로 절기는 오묘하기까지 하다. 태양의 황경(黃經)에 맞추어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해서 계절을 구분한 것이기 때문에, 태양과 지구와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절기와 날씨는 거의 맞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듯 우주의 한 부분인 태양과 지구의 관계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우주의 법칙에 따라 돌아간다는 그 천리(天理)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이제 머잖아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여름내 뜨거운 햇볕 아래 지글거리듯이 보이던 용마루며 처마선이 곧게 벋어, 마치 날렵하게 머리를 묶어 올린 듯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내 머잖아 올 겨울을 맞이하기 위하여, 흑색과 백색이 아담한 서까래를 따라 세운 곧은 기둥 사이사이, 야무지게 창호를 만들고. 그래서 이어놓은 쪽마루는 더욱 살갑게 느껴진다. 돌담가로 서 있는 키 큰 감나무들은 이내 주렁주렁 주홍빛을 띤 감들을 매달 것이고, 감이 익어가는 그 아래로 놓여있는 장독들은 더욱 정답게 느껴질 것이다. 이가 바로 이내 다가올 가을의 정취 아니겠는가. 이러한 정취, 그 가을밤. 하늘의 달도 바람의 전언을 듣고는 또한 슬쩍 이 가을 정취 들여다보고 가지 않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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