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박근혜 혐의 분리 선고해야”

삼성 ‘승마지원’ 뇌물 인정

영재센터 16억도 뇌물 결론

“‘승계작업’ 현안 있다” 판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법원이 박근혜(67)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63, 최서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전부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혐의를 분리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법리적 판단이 내려졌다. 최씨는 강요죄 관련 법리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말들이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2심을 다시 하라고 결론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에 돌려보냈다.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씨의 2심 재판도 파기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혐의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에 속하는 죄와 다른 죄에 대해 분리 선고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분리 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씨에 대한 2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천지일보 2019.8.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씨에 대한 2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천지일보 2019.8.29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범죄 혐의가 분리 선고된다면 형량이 더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형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법원은 이 부회장 2심과 관련해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말 3필에 대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결론 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은 말 구입액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고 말 사용료 35억원만 인정한 바 있다. 말 소유권이 최씨 측에게 이전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말들의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될 뇌물 공여 액수는 50억원이 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3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해졌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에서만 가능하기에 파기환송심에 따라 이 부회장이 다시 구치소에 수감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 DB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한다고 결론 냈다.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대가관계 또한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요정책 수립·추진, 사업 인·허가, 세무조사 등 기업활동에 직접·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 대통령의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최씨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고 보고, 강요죄를 유죄로 인정한 2심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은 보통 6개월 안에 결론이 나오는 만큼 올해 안에 모든 형량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8.29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함께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유라(23)씨 승마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재판에 구속기소됐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추가 뇌물 혐의를 유죄로 봐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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