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이재준 와당연구가

인면문(人面紋)은 고구려 와당이 제일 많이 다룬 소재가 된다. 인면의 모양도 시대에 따라 다양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중 가장 독특하다. 왜 사람의 얼굴을 와당의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일까.

초기 와당에는 그들의 영웅이었던 치우(蚩尤)의 얼굴을 많이 사용했다. 치우는 황제와의 싸움에서 쉽게 패전하지 않은 용감한 전사였다. 치우의 얼굴을 막새로 쓰면서 고구려인들은 상무적 기상을 더욱 가다듬었던 것인가. 그들은 치우와 같은 무적의 전사가 되길 바랬던 모양이다. 이 기상이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되고 큰 영토를 가지고 있던 대 고구려를 만든 저력이었을 게다.

치우의 얼굴은 고구려 후기에 와서는 용(龍)의 얼굴로 변한다. 소위 신라 귀면(鬼面)이라고 부르는 용면의 원조는 고구려다. 이 고구려식 인면이나 용면은 중국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중국의 귀면은 도철문(饕餮紋)으로 불리며 남조시대에 고구려 용면을 닮았으나 모양이 힘이 없고 졸렬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와당은 연꽃을 소재로 하였으며 그 안에 인면을 배치한 특이한 형태다. 자방은 돌기 된 구형(球形)이며 외면을 1조의 선문대로 장식했다. 연판은 4개이며 연판 안 에 사람의 얼굴을 새겼다. 눈은 위로 치켜들었으며 턱은 뾰족하여 전형적인 북방계통의 여자얼굴이다. 갸름한 동자 혹은 임부문 와당의 젊은 여자를 연상 시킨다.

고구려 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8.28
고구려 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8.28

사람의 형상은 자방 위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네 사람이 벌리고 있는 다리가 자방을 감싸고 있으며 화형을 만들었다. 사람은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체력을 단련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끝 부분이 말려 진 고사리문을 배치했다. 그리고 옆에 사각형의 간판을 새겼다. 외면은 1조의 선문대가 있으며 주연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소문대이다. 이 와당은 고구려에 불교가 전래 된 이후 약 5세기 쯤으로 추정되며 색깔은 적색으로 태토는 모래가 많이 섞인 경질이다. 경19cm 두께 3cm.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