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간절한 마음과 노력 없이 변화되기란 어렵다. 새가 알을 깨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듯, 사람 역시 어떠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그만큼의 고통을 느끼고 인내해야 한다. 새는 아프라삭스라는 신을 향해 날아가듯 사람 역시 저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상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의 성장 소설이다. 그는 태생부터 유복한 집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친구 크로머를 만나면서 하나씩 뒤틀어졌다.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부모님의 돈을 훔치는 등 비행을 서슴지 않는다. 이때 다른 곳에서 전학 온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를 구해준다.

데미안은 여느 또래와 달리 철학적이고 성숙했다. 그는 싱클레어에게 카인과 아벨, 선과 악을 알려줬다. 이후 데미안의 사상은 싱클레어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데미안이 떠나면서 싱클레어는 외로움을 술로 달래면서 타락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데미안의 빈자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친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라는 인물들이 채운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여전히 공허하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건넨 편지의 한 구절, 아프락사스는 독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텍스트다. 독일 철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아프락삭스를 삶과 죽음, 저주와 축복, 참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양극적인 것을 포괄하는 신성으로 설명했다.

새는 결국 싱클레어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여러 번 한계에 부딪히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든 과정이 있어야만 성취감과 가치가 배가 된다는 것을 작가 헤르만 헤세는 아름다운 문체로 알리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20세기 전반의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데미안>은 2차 대전 직후 실의에 빠진 독일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으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사춘기와 성장기를 통해 아프락사스와 인간의 실체를 논하고 고찰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책은 아프락사스 외에도 주옥같은 구절들이 등장한다. 특히 성장소설인 만큼 ‘자아’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운 것이다. 싱클레어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애썼고 데미안이 이를 도왔다. 이 과정을 흔히 ‘성숙’이라고 지칭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싱클레어는 군인으로 참전한다.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그곳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데미안을 만난다. 그리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마지막으로 “내가 필요할 때가 오거든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며 숨을 거둔다.

싱클레어는 데미안 통해서 고뇌하면서 성숙해졌다. 즉 자신의 알을 깨고 자신을 비롯한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 데미안과 같은 나침반 역할을 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인생의 나침반은 데미안처럼 사람일 수도 있고 아프락사스와 같은 신일 수도 있다.

자기만의 나침반을 찾았다면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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