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조국 관련 의혹 전격 압수수색

형사부→특수부로 수사팀 변경

법무부 사전 보고도 빼먹어

유불리 단정 못해 정치권도 골몰

[천지일보=홍수영·이대경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과 관련해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그 배경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7일 오전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여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산의료원, 고려대, 단국대, 공주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사무실, 조 후보자의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등 가족이 깊숙이 개입해 운영 중인 웅동학원 등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곳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혹여나 발생한 증거의 누락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 곳이 먼저 압수수색될 경우, 다른 곳에서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대규모 압수수색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지만 더 이례적인 것은 그 대상자가 조 후보자라는 점에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을 뿐 아니라 장관이 될 경우 검찰 지휘를 맡게 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끈다. 게다가 그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실세’라는 평가도 받았던 조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윤 총장의 의지가 없이는 이런 압수수색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법무부에 사후 보고를 택했다. 중요한 사건일 경우 먼저 법무부에 보고를 한 뒤 영장을 집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상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밀 유지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사의 주체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특수부로 변경된 사실이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특수통’ 검사들이 최근 검찰인사에서 대규모 승진하는 등 윤 총장이 ‘특수통’이라는 점에서도, 대검 중수부가 없어진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갖는 상징성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이라는 인물을 대표하는 말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 각종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 각종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7

문 대통령도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 희망을 받으셨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 청와대, 정부, 집권 여당도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임명 초기부터 자기 스타일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이 칼을 뺐다. 너희들이 검사인지 샐러리맨인지 판명 날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며 “윤석열 총장이 진정한 ‘칼잡이’인지 지켜 보겠다”고 적기도 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본 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천안=뉴시스】 검찰이 27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인턴십 의혹과 관련해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내 의과대학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압수품 등을 들고 건물 밖으로 떠나고 있다.
【천안=뉴시스】 검찰이 27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인턴십 의혹과 관련해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내 의과대학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압수품 등을 들고 건물 밖으로 떠나고 있다.

윤 총장의 행보에 정치권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느 쪽도 손쉽게 유불리를 점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조 후보자 임명이 탄력을 받겠지만, 반대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날 경우 정국은 엄청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로 인해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된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면서 “검찰은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검증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대대적 압수수색을 하는데 후보자 본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빠졌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청문회를 무력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실제 조 후보자 측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청문회 자리에서 답변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연 조 후보자 의혹들에 관련된 수사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책TF 7차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출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책TF 7차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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