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재향군인회 '암베츠'(AMVETS) 행사 참석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재향군인회 '암베츠'(AMVETS) 행사 참석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그린란드 매입’ 논란의 파장이 거세다.

북극해 인근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사항이 덴마크 국빈방문 취소라는 외교 갈등으로 번졌고 두 나라의 외교장관이 뒤늦게 화해 제스처를 취하며 큰불은 끈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 멀리 추운 곳,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얼음나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란드는 석탄, 구리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곳이며 유럽과 북미대륙의 중간에 위치해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미래에도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일 수 있다.

최근 파리 국제관계연구소(ILERI)의 미카 메레드 극지 지정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이 러시아를 비롯한 북극해 연안 국가와 중국을 향해 북극에 대한 미국의 지대한 관심을 드러낸 신호”라고 분석했다.

CNB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 배경에는 중국 문제도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패권을 겨냥하고 있는 중국이 ‘북극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북극 항로 개척을 노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사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북극 및 북대서양 일대 항로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북극정책 백서’를 통해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에 이은 ‘북극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중국은 그린란드에 신공항 및 채굴시설 건설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린란드 정부 반대에 부딪혀 입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미국은 이미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에 그린란드에 공군기지를 설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최북단 군사 시설인 툴레 공군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체계와 위성추적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덴마크 정부와 논의하겠다며 직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했으며 자신의 입장을 트위터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보유는 덴마크에도 손해를 주고 있다”며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에 매년 거의 7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덴마크에는 큰 손실이며 전략적으로 미국에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터무니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욕심을 내는 이유는 그린란드는 미중러 지정학적 위치에 북극 패권을 쥘 수 있는 요충지, 중국 못지않은 희토류 매장량 등 자원이 풍부하고 군사적 가치도 높다고 보고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면적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인구는 5만 50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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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은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고 얼음에 덮인 땅이 드러나면 광물, 가스 등 무궁무진한 천연자원과 북극해 항로가 열려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가 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린란드는 알래스카 면적의 1.5배다. 기후와 인구밀도가 비슷하다.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알래스카 매입가를 현재 가치로 변환한 후 50%의 가격을 더하면 적정 가치는 426억달러(약 51조3800억원)로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 사이가 벌어진 덴마크의 눈치를 보며 총리 달래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에 대해 “멋진 여성(wonderful woman)”이라고 갑작스럽게 치켜세웠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프레데릭센 총리와 전날 통화를 한 사실을 밝히면서 “프레데릭센 총리가 먼저 전화를 줬고, 나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며 “우리는 덴마크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그녀는 몹시 훌륭하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 21일 프레데릭센 총리에 대해 “형편없다(nasty)”고 비난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그린란드를 당장은 놓아주지만 포기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지니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서한에서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미국 영사관을 설립하는 것은 북극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획의 일부”라며 “(우리는) 북극 지역 전반에 걸쳐 정치·경제·상업적 관계를 증진한다는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지도자들과 잦은 충돌을 빚으며 국제무대에서 분열의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적지 않은 ‘반트럼프’ 미국인들과 야당이 근심하고 있다.

우선주의에서 국수주의, 더 나아가 제국주의 노선을 걸으려는 트럼프의 행보에 많은 미국 기업들과 농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들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포퓰리즘과 패권을 추구하는 국수주의 정치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심지어 우방들끼리도 더욱 복잡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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