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 미국 워싱턴으로 쏠렸다. 19일부터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초강대국이다. 그래서 이 두 나라의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북한 문제 및 통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두 나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방미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후 주석은 연평도 도발 사태 때 북한 편들기에 나섰던 중국의 입장을 약간 달리해 우회적으로나마 북한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러한 대목을 놓고 볼 때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및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나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북측이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도발 사태에 대해 우리 측에 사과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측은 명분을 획득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북 대화로 흘러 갈 수 있다.

사실 그간 이뤄졌던 강대국들의 협상은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이 달라졌다. 해외 각지에서 원전 수주를 하고, 자국 군대를 파병했으며,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지원을 해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특히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가 갖는 함의는 상당하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때에 미·중이 우리나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남북 대화를 밀어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역사의 핀잔을 듣게 될 것이다.

먼저는 북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나와야 한다. 그렇게 유도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중은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직시하고,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서 대북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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