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독일의 통일이 가르쳐주고 있는 반면교사
[통일논단] 독일의 통일이 가르쳐주고 있는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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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우리는 독일통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통일의 과정이 아니라 통일 이후의 통합정책도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산물로 독일과 한반도의 분단은 유사성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독일은 우리보다 30여년 먼저 통일은 이룬 현명한 나라 아닌가. 그들이 간 길을 외면하고 우리만의 길을 고집하다가 우리는 현재에 머물러 있으며 통일의 청사진은 빛바랜 수채화처럼 그 자리에 안주하고 있다.
얼마 전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졸리(Soli)’라고 부르는 통일연대세(稅)를 2021년부터 폐지하겠다고 했다. 
‘졸리’는 독일에만 있는 역사적인 세제(稅制)다. 통일 직후인 1991년 뒤처진 동독 개발 비용을 조달하려고 도입했다. 통합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등장한 것이다. 개인·기업을 망라해 모든 납세자가 소득의 5.5%를 낸다. 작년에만 189억 유로(약 25조2500억 원)를 거둬들였다. 독일 정부는 ‘졸리’를 밑천으로 통일 이후 옛 동독에 2조유로(약 2672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의 요즘 인구는 1360만 명으로 통일 당시 1700만 명에서 340만 명 줄어들었다. 낙후된 고향을 등진 사람이 많다. 독일 500대 기업 중 옛 동독 지역에 자리 잡은 회사는 7%인 36곳에 그친다. 경제성장률을 갈라보면 옛 서독은 2.3%고, 옛 동독은 1.4%다(2017년). 균형 발전을 위해 할 만큼 했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중단하자는 요구가 거셌다. 그래서 독일 정부는 ‘졸리’의 일부를 다른 분야에 쓰며 동독 투자를 점점 줄여왔고, 이제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둘로 나뉜 경제를 합쳐본 독일의 길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국내외 연구 결과라는 단서를 달아 “통일되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되고 2050년쯤 (1인당) 국민소득 7만~8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남북이 부작용 없이 합치면 경제적 상승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안보 리스크가 사라지면 해외에서 투자가 물밀듯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시한 장밋빛 미래에 도달하려면 험난한 산을 계속 넘어야 한다. 우선 김정은의 미사일 폭주를 보면 언제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아득하다. 한 몸이 되기만 하면 당장 세계 10위 이내로 점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 비중은 1.9%이고, 북한의 경제 규모는 남한의 2%를 넘지 못한다. ‘원 코리아’를 달성해도 단순 산술로는 0.04%포인트 추가된다는 뜻이다. ‘1.9%+0.04%’가 시너지 효과를 내서 세계 경제의 6%를 차지하는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인들이 ‘졸리’를 부담하는 고통이 있었듯 비용 청구서가 우리 국민 앞으로 날아올 것이다. 1990년 통일할 때 동독은 경제 규모로 서독의 17%였고, 1인당 GDP로는 서독의 63%였다. 동·서독 경제력 차이에 비해 남북한 격차가 더 크다. 서독인들보다 우리 국민이 감수해야 할 희생의 강도가 클 개연성이 높다. 남북 단일 경제라는 장밋빛 비전은 반드시 비용 청구서와 구체적인 로드맵이 첨부돼야 현실성 있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돈 때문에 통일을 미루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경제적 계산의 산물이 아니다. 연합국의 전승의 전리품으로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났다. 우리 민족성은 이제 다시 나라가 하나 되는 고정에서 재검증되어야 한다. 북한에는 많은 자원이 있다. 인적 자원과 지하자원, 관광자원 등 그 양은 무궁무진하다. 단지 돈 때문에, 경제적 이해타산 때문에 통일을 주저하면 그 채무는 머지않아 눈덩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런 것을 예측하고 관찰하는 민족이 될 때 장래 한반도의 희망은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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