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난타전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18일 열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 등에 대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청문위원들은 최 내정자의 재산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에 낙마했던 이재훈 지경부 장관 내정자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최 내정자는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사실 관계를 따지면서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은 최 내정자의 배우자와 가족이 지난 1988년 사들인 충북 청원군 내 임야가 이후 공단 부지로 지정되면서 4년 만에 최소 6배의 수익이 발생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최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의혹 및 국민연금 재산세 체납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어 ‘까도 까도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남자’라는 의미에서 ‘까도남’ ‘양파장관’이 됐다”고 비꼬았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두 지역의 땅 매입은 명백한 부동산 투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최 내정자가 이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장모가 딸의 돈을 투기해 재산을 증식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최 내정자는 “청원 소재 땅은 처가의 선산 조성을 위해 사들였으며 땅을 사기 전에 이미 공업용지 지구로 지정돼 그 사실을 모르고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대전 농지도 장인·장모의 노후를 대비해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88년 매입한 두 지역의 땅에 대한 소유권이 당시 있는지도 몰랐다”며 “1993년 재산신고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충북 청원군 임야와 관련,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이 땅은 아주 비극적인 땅”이라며 “최 내정자의 배우자가 매입한 땅의 원래 주인은 부모가 없는 삼 남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삼 남매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아이들에게 남긴 유일한 땅이지만 이 땅이 매입될 당시 삼 남매의 나이는 불과 5살, 8살, 10살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며 “당시 아이들은 생활이 어려워 이웃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최 내정자가 법적인 책임은 없겠지만 당시 계약과정에서 최 내정자의 배우자는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은 어떤 통보나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빼앗긴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내정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어린아이들을 대리해 매매 계약을 성사시킨 사람이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또한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이 “1988년 부동산 투기붐이 불 때 장모가 투기에 나선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하라”고 추궁하자 최 내정자는 “제가 살기 위해 돌아가신 장모님을 투기꾼으로 몰고 싶지 않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최 내정자는 부인이 강남 역삼동 오피스텔의 연면적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납세의무를 소홀히 했기에 저와 제 처가 마음속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두 내정자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치며 “청문회장에서 내정자들이 충분히 설명해 (의혹이) 소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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