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속수무책’… 무장요원 탑승 추진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소말리아 해적에게 ‘또’ 당했다. 지난해 4월 피랍된 삼호드림호가 7개월 만에 풀려난 지 겨우 두 달 만이다. 지난해 10월 납치된 금미305호는 아직도 소말리아에 억류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시 들려온 피랍 소식은 정부와 해운업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지난 16일 외교통상부는 한국인 8명 등 총 21명이 승선한 삼호해운 소속 화학물질운반선 삼호주얼리호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스리랑카로 이동 중이던 15일 낮 12시에서 1시 사이(한국시각)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가 7개월여인 217일 만에 거액의 석방금을 주고 풀려난 지 두 달 만에 삼호주얼리호가 또 해적에게 피랍당하자 삼호해운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호해운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사태 해결에 힘쓰고 있다.

이번 피랍은 일부러 한국선박을 노리고 납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호드림호의 석방을 위해 900~950만 달러의 역대 최고 석방금을 지불했다는 소문이 해적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을 것이란 말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선(미래희망연대) 의원은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말리아 해역에선 ‘한국이 봉’이라고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군이 해적체포 활동을 하는 데 제한적 요소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11월에 관련 법안을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과 함께 제출했지만 계속 계류 중이다”며 답답해했다.

송 의원은 “소말리아 해적이 2008년부터 완전히 기업화, 네트워크화 돼서 영국에 본부를 두고 소말리아 전직 장군들이 해적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2009년 스페인 라디오방송사는 유럽 군사정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런던의 ‘컨설턴트’ 팀이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에는 보험브로커 등이 집중해 있고 소말리아 해역에는 영국 출신의 인질 몸값 협상가가 사무실을 차려놓고 협상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삼호드림호 협상 때 소말리아 해적들이 언론을 이용 심리전을 펼치며 석방금액을 높였다고 판단, 이번에는 직접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는 삼호해운과 해적 측과의 협상 시 개입하지 않고 선원들의 석방금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언론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구조대가 강경진압을 할 수 있도록 배 안에 선원들이 2~3일 버틸 수 있는 피난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위험 해역 항해 시 민간 무장 보안요원을 반드시 탑승하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늦어도 오는 4월 국회에 제출해 올 상반기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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