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며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24
북한이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며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24

합참 “北미사일 발사 日에도 정보공유… 지소미아 아직 유효해”

靑,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실제 종료까지 90일 남아

“日 수출 보복 조치 철회 시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할 수 있어”

日, 美 채널 통해 지소미아 공백 보완… 영향 없어 반응 안할 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합참이 24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과 관련해 일본 측에도 관련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목된다.

최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일본 측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규제강화 조치를 취한 것에 대응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은 지소미아가 아직 유효하니 관련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한일, 北 미사일 발사 동향 발표 신경전

한국과 일본 군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신속히 전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일본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간을 공개했고, 한국도 일본보다 더 빠른 시간에 파악했음을 나타냈다.

일본 NHK와 교도통신은 한국 합동참모본부 발표보다 빠른 오전 7시 24분과 7시 28분에 각각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일본 정부 발표 내용을 전했다. 이는 이날 오전 7시 36분에 합참이 발표한 시간보다 빠른 것이다.

이후 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 6시45분경, 7시2분경 북한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의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면서 북한의 발사 동향을 사전에 탐지했다고 강조했다. 일본보다 정보를 빨리 파악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참은 또한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최대고도는 97㎞, 비행거리는 약 380여㎞, 최고속도는 마하 6.5 이상으로 탐지했다”고 구체적인 사안을 발표했다.

이어 합참은 “한미 정보 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며 “일본이 관련정보 공유를 요청함에 따라 현재까지 지소미아가 유효하므로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군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회의를 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9.8.24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회의를 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9.8.24

◆軍 “아직 유효하니 日에 정보 공유”… 지소미아 대일 압박 카드

특히 합참이 지소미아가 아직 유효하다며 일본 측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이는 일본이 안보 이유로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일본 정부는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실시했지만 표면상으로는 안보상 이유를 둘러대고 있다.

지소미아의 종료는 통보일로부터 90일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군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정보를 일본 측과 공유한다고 밝혔다. 굳이 일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알릴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이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에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외교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전달했다. 여기에는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 통보 후 효력 발생이 되기까지의 3개월 기간 동안 수출보복 철회 등의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음을 함께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일본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보복적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 양국 간 우호 관계가 회복될 경우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조치들은 (철회 등) 재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를 대일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도 당혹감을 표시하며 한일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반응도 일본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그건 미국에게도 중요하다. 우리는 두 나라가 정확하게 올바른 곳으로 관계를 되돌려 놓는 것을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캐나다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9.8.23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캐나다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9.8.23

◆지소미아 종료, 日 아닌 한미일 동맹에 영향 우려

다만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과 더 긴밀하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일본의 수출보복조치에 대한 대응이 아닌 한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 후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소미아 결정 이후 “한국의 카운터파트(강경화 외교장관)와 대화했다”며 “한국이 정보공유협정에 대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며 강한 어조로 실망감을 나타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사실 지소미아는 한일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력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측에 권했던 사안”이라며 “오히려 미국과의 문제라는 측면이 훨씬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그럼에도 일본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미 관계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시작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라든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문제 등에서도 한국 입장에 반해 훨씬 까다롭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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