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60대 김모씨 체포
김씨 묵비권 행사중… 수사 난항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폐지를 주워 생활을 연명하던 노인 등의 목숨을 가져간 전주 여인숙 화재 사고는 인근 주민의 방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지만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3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김모(6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 불을 질러 투숙객 김모(83, 여)씨와 태모(76, 남)씨, 손모(72, 여)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의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탐문 수사해 당시 여인숙 앞 좁은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김씨가 여인숙 앞 골목에 수 분간 머물렀고, 이후 그가 떠난 약 5분 뒤 여인숙에 불이난 것을 수상하게 봤다. 여인숙 앞 골목은 90m 정도여서 자전거로 1분이면 지날 수 있지만 김씨가 이곳에 유독 오래 머물러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여인숙에서 5㎞가량 떨어진 전주 북부 송천동에 거주하고 있었다. 화재 사건 당일 자택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았고, 화재 뒤 다시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화재 후에 현장을 다시 찾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김씨는 경찰에서 “내가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지난 19일 새벽 4시경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폐지를 줍고 생활하던 노인 3명이 숨져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30대를 동원해 아침 6시경 불길을 잡았다. 화재가 발생한 여인숙은 1972년에 지어진 목조건물로 노후화된 건물이다. 이번 화재로 건물(72.94㎡)은 다 타버리고 흉물스런 골조만 남았다.
당일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 정휴영(80, 남)씨는 “숨진 노인은 폐지 같은 걸 가져가 주니 고마워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관계였다”며 “80살 먹은 노인이 너무나 안됐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