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8.23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8.23

美, 몇 시간 만에 완곡 표현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 변경 발표

미국도 이해한다는 靑 관계자 말도 사실 아닌 걸로 알려져

전문가 “지소미아, 미국이 동북아 안보협력 위해 시행된 것”

“美, 향후 방위비 문제, 대북제재 등에서 강경입장 보일 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걸정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이 몇 시간 만에 완곡한 반응에서 강한 우려 표출로 바뀌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23일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한일의 신속한 이견 해소 촉구’ 수준의 반응을 보였지만 몇 시간 만에 정정된 입장을 밝히며 ‘강력 우려와 실망’이라는 다소 강한 어조로 변경됐다. 또 미국 측은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당국의 첫 공식 반응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미 국방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부는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며 “양국이 이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이 논평은 지소미아 유지를 기대했지만 실망감 표출을 자제하고 한일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갈등 해소에 나서라는 기존의 관망적 완곡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 국방부는 오후 1시경 또 다시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정정해 발표했다.

미 정부 부처가 동일 사안에 대해 논평을 수정 배포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고위급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캐나다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9.8.23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캐나다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9.8.23

이어 캐나다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질문에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미 국무부의 공식 반응은 불만을 토로하는 강도가 더 높았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또 미 정부 소식통 관련 언론 보도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다”고 한 것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 간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 1차장은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 1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처: 청와대) 2019.8.23

미국은 이미 지소미아 연장을 강조했고 이를 종료할 경우 한미일 안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해 왔기에 이제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첫 번째 미국 측의 완곡한 기존 입장의 발표는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종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무진이 원칙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미국 정부 기관들과 협의 후 강한 우려와 실망으로 수정 발표했는데, 미국이 그만큼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 소장은 “사실 지소미아는 한일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력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측에 권했던 사안”이라며 “오히려 미국과의 문제라는 측면이 훨씬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그럼에도 일본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미 관계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시작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라든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문제 등에서도 한국 입장에 반해 훨씬 까다롭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소장은 “지금의 이 상황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에 대한 굉장한 실망감을 표현하고 어떤 식으로 인식시켜줄까를 고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한미 관계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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