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8.23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만다. 이때 그의 죽음을 틈타 권력을 농락(籠絡)한 자가 환관 조고였다. 그는 진시황이 후사로 지명한 맏아들 부소를 계략을 세워 죽이고 그 동생인 호해를 2세 황제로 옹립한다. 그러고는 승상 이사도 죽음으로 몰아넣은 후 이번에는 스스로 황제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옹립한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데, 그때 사용한 방법이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하자 황제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 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은 모두 나서 말이라 말한다. 이에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면서 정사에서 손을 뗀다. 결국 호해도 조고에게 죽임을 당하고, 조고는 다시 자영을 3세 황제로 임명하고 자신이 권력을 실질적으로 휘두르지만 그 또한 자영의 계략에 빠져 죽임을 당한다. 그런 와중에 진나라의 국세는 기울었고,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길 속에 멸망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대한 고사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지록위마 논쟁이 한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저것은 말이다, 사슴이다 치열하게 논박 중이다. 문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여부는 고사하고 어디까지가 객관적 사실인지조차도 분명하지 않은 채 온갖 새로운 의혹성 정보들이 하루도 멀다하고 수십 건씩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조 후보자의 재산관리 및 제테크 문제가 중심이 되어 의혹이 제기되었다. 70억대의 사모펀드 약정을 비롯 부동산 소유와 재산 형성 및 보유 등등, 이어 조 후보자의 가족 문제, 그가 이사로 있는 학교 재단과 관련한 문제, 후보자의 동생 부부와 가족 간의 채권 채무에 대한 법정 소송 문제 등등, 이어 조 후보자의 자녀 문제, 딸의 장학금 수혜와 입학 특혜 의혹 등등, 본인에서 시작하여 가족과 친척, 딸 문제까지 폭로성 의혹 제기가 전방위로 확산일로에 있다.

하지만 의혹 제기와 공방만 있을 뿐 무엇 하나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나 해소된 것은 없다.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 정치권에서는 온갖 억측과 의혹을 폭로전 방식으로 확산시키고 이를 정쟁의 호재로 삼아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그 반대 진영 역시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맹목적 옹호와 진영논리에 따른 방어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하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이러쿵저러쿵 할 게 아니라 그 어떤 문제도 한 점 의혹 없이 청문회장에서 사실 여부를 낱낱이 밝히면 된다. 그러라고 국회 청문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든 앞으로 제기될 의혹이든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 현장으로 가져와 거기서 제기하고 또 밝히면 된다.

정치 논리나 진영논리, 당리당략에 따라 언론 플레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격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또 모든 의혹을 밝히고 해명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임명 또는 임명 철회 혹은 사퇴하면 된다.

따라서 여야는 하루빨리 청문회를 열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주길 바란다.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이 너무 크다. 국민은 더 이상 민생과 동떨어진 '조국 논쟁'으로 도배된 뉴스를 원치 않음을 명심하자.

조국 후보자가 사슴인지 말인지, 누가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지는 청문회에서 가려질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국회 청문회가 시급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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