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러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 공식화.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미-러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 공식화. (출처: 연합뉴스)

“러, INF 위반” “美 미사일 발사로 군비경쟁 직전”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거리 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 등을 전면 금지한 역사적인 조약으로 평가되는 중거리핵전력(INF)에서 탈퇴한 미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충돌했다.

AP통신과 타스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격돌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미국이 INF에서 탈퇴한 이후 지상발사형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게 주요 쟁점이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국의 지정학적 야망 때문에 우리는 통제되지 않고 규제되지 않은 군비경쟁의 일보 직전에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유럽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의 다양한 지상발사 크루즈 미사일 배치를 거론하며 “INF 조약 위반”이라고 미국의 INF 탈퇴 책임을 러시아에 돌렸다. 코언 차석대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러시아 북부의 군사훈련장에서 ‘핵 추진 순항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서도 세부 사항 공개를 요구했다.

지난 7월 23일 모스크바 엑스포 센터에 전시된 ‘9M729(나토명 SSC-8)’ 순항 미사일 부품. (출처: 뉴시스)
지난 7월 23일 모스크바 엑스포 센터에 전시된 ‘9M729(나토명 SSC-8)’ 순항 미사일 부품. (출처: 뉴시스)

나카미쓰 이즈미(中滿泉) 유엔 사무차장 겸 군축 고위대표는 “INF의 종료가 미사일 개발과 획득, 확산에 있어서 새로운 그리고 구속되지 않은 경쟁을 위한 촉매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면서 INF 조약에서 탈퇴했고, 이어 18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섬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 미사일 시험은 INF 조약에서는 금지되는 미사일이다.

러시아도 지난 2일 미국과의 INF 조약 효력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8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해상 플랫폼)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 5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러시아연방원자력센터 관계자는 사망자들이 방사성 물질을 이용하는 열 혹은 전기 에너지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핵과 관련됐다는 점을 부인해왔지만 미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시험이 열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 즉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 시제품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미사일은 올해 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위 ‘천하무적’이라며 개발을 발표한 신형 무기로, 푸틴은 이 무기에 대해 “지구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후 지난 2월에는 이 미사일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험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이 러시아에서 실패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많이 파악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비슷하지만, 더 진전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핵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중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AFP=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중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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